부산 사직구장 리모델링 사업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까. 부산시가 뒤늦게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의 고충 청취에 나섰다.
지난 23일, 부산시 이병진 행정부시장을 비롯해 실무 관계자들인 체육진흥과 인원들은 부산 사직구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이병진 부시장 및 실무진은 롯데의 고충을 듣는 간담회 시간을 가졌다. 근래에 보기 드믄 부산시 관계자들의 사직구장 방문이었다. 그동안 롯데 구단의 사직구장 리모델링 및 신구장 건립 논의에 모르쇠로 일관하던 부산시의 전향적 태도가 눈에 띄었다.
![[사진] 부산광역시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1/06/24/202106240428777499_60d38db6ccc1b.jpeg)
부산시가 그동안 외면하던 부산 연고 프로구단들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단연, 최근 수원으로 떠난 KT 소닉붐 프로농구단이 가장 큰 이유다. KT 농구단과 연고지 협상에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고 연고지 이전 루머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뒤늦게 협상에 나섰다. 연고 이전을 행한 KT 농구단을 향한 비난은 당연하지만 부산시 역시 비판을 면하기 힘들었다.
KT 농구단이 떠난 잔상은 짙게 남은 듯 했다. 그동안 부산시 고위급 관계자가 야구장을 찾은 적은 시구자로 선정됐을 때 외에는 전무했다. 온전히 구단과 간담회를 갖기 위해 롯데 구단 사무실이 위치한 사직구장을 찾은 찾은 적은 유례가 없었다.
이병진 행정부시장은 롯데 이석환 대표이사, 성민규 단장 및 고위층, 그리고 구장 관리를 담당하는 실무진인 이상욱 경영혁신팀 매니저 등과의 자리에서 “KT 농구단의 연고 이전이 생각보다 충격이 크다. 이 일을 계기로 부산을 스포츠 도시로 만들려고 한다. 시에 이야기를 할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라면서 “그동안 시가 프로구단의 애로사항을 청취한 적이 없었다. 이번 간담회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이다”고 말했다.
부산시 스스로 사직구장 재건축, 리모델링, 신구장 건립 문제에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는 것을 자인했다. 롯데 구단 및 야구계의 요구에 그동안 묵묵부답과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한 부산시는 농구단이 떠나자 뒤늦게 롯데 구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이석환 롯데 대표이사는 "사직구장은 유서 깊은 야구장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부산시 시설사업소와 협업해 배수 공사 등을 진행하며 40년 동안 관리 잘해왔다. 다만 팬이나 시민들이 사직구장을 찾았을 때 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것과 관전의 편의성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리고 현실적인 고충도 이 자리에서 토로했다. 이 대표이사는 "야구장 인프라 구축에는 여유가 없는 상태"라며 "팬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성적이니깐 경쟁력 갖는 강한팀을 만드는게 우선이다. 팬들의 자존심 회복시키고 긍지느끼게 하려면 결국 야구를 잘하고 강팀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구장 관련해선 아직 구체적인 입장은 없지만 부산시민과 야구팬들을 위한 생각들이 모여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부산시가 야구장 건축에 신경써준다면 저희는 경쟁력있는 구단, 이기는 팀을 만드는데 집중할 수 있어 서로 윈윈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구장 문제에 대해서 부산시가 전격적인 결단을 내려주기를 바랐다.
사실 롯데 입장에서도 야구장 건립과 관련해서 목소리를 내기에 힘들다. 여전히 체육시설관리는 지자체가 주도로 할 수밖에 없고 구단은 을의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 롯데라는 대기업도 새 야구장 건립에 의욕적으로 임했지만 지자체가 이를 미온적으로 받아들였고 외면했다. 롯데 구단의 의지도 당연히 꺾일 수밖에 없었다.

사직구장은 '구도'의 중심으로 외지인들의 관광루트로도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낙후된 시설과 실용적이지 않은 관중 동선, 그리고 선수들을 비롯한 야구 관계자들의 불만과 푸념이 반복되면서 리그 '최악의 야구장'으로 꼽혔다. 점점 낙후된 시설에 부산시는 인지를 하고도 롯데에 의지를 했고 '기부채납'으로 사실상 '공짜 관리'를 받았다. 부산시는 사직구장 관리와 운영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어야 한다.
다만, 부산시는 이날 롯데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현재 사직구장 부지를 ‘스포츠 클러스터’로 조성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프로 구단 및 스포츠 관련 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스포츠 산업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의중이다. 이 행정부시장은 "사직야구장 뿐 아니라 구장 근처 전부가 낙후됐다. 전체적으로 사직구장 근처를 스포츠 클러스터로 조성할 것이다. 늦어도 다다음 주쯤에 박형준 부산시장이 '부산시 스포츠산업 발전 종합계획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직구장 리모델링 및 사직구장 부지의 신구장 신축의 방안이 강력하게 떠오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다만, 사직구장 자체를 전면 리모델링 해야 할 경우 그동안 대체 구장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부산시 일각에서는 ‘흉물’로 남아 있는 아시아드주경기장의 야구장 리모델링도 하나의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 부분 역시 해결해야 한다. 그동안 축구계에서는 2002년 월드컵 한국 첫 승의 성지라는 명분으로 아시아드 주경기장을 보존했고 과거에는 K리그 부산 아이파크가 구장을 활용했다.
그러나 현재는 아이파크 구단 역시 구덕운동장으로 홈구장을 옮겼다. 현재는 활용도 크지 않은 상황. 또한 지난해 태풍 ‘마이삭’의 강풍 영향으로 지붕막이 뜯겨 나갔지만 보수가 되지 않은 흉물이 됐다. 다만, 2025년 전국체전이 부산에서 열리기에 아시아드 주경기장에 대한 활용 논의는 다각도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공청회 결과 부산시는 사직구장 부지의 신구장 건립 혹은 리모델링을 원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논의가 현실로 이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 하다. 부지 선정, 구단의 의견, 그리고 현실적인 리모델링 및 구장 신축 방안 등의 기본적인 논의조차 마치지 못했다.
다만, 전례 없는 부산시의 전향적 태도에 롯데 구단 역시 신구장 건립이 헛된 꿈이 아닌 현실로 이뤄질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 생겼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