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지나가는 타자? 아니 결코 지나칠 수 없는 타자였다 [오!쎈 수원]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6.25 00: 05

“그냥 지나가는 타자로 보면 됩니다.”
KT 이강철 감독이 2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IA전에 배정대를 4번으로 기용하면서 한 말이다.
KT는 현재 유한준, 장성우 등 핵심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져 있다. 황재균, 강백호 등 4번을 맡을만한 타자가 꽤 있지만, 사령탑은 이날 배정대에게 시즌 두 번째로 4번의 중책을 맡겼다. 5월 13일 수원 삼성전 이후 42일만의 일이었다.

6회말 무사 1루 KT 배정대가 투런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2021.06.24/youngrae@osen.co.kr

나름 이유가 있었다. 이 감독은 “황재균의 경우 투수가 피하면 거기에 따라가는 스타일이다. 아무래도 강백호가 뒤에 있어야 승부를 하기 때문에 둘을 2, 3번에 배치했다”며 “배정대 4번은 지금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사실 4번이라기보다 연결을 해주는 4번, 지나가는 4번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4번의 중압감이 컸을까. 배정대는 1회 1사 1, 2루서 초구에 우익수 뜬공을 기록한 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아무리 연결이 주 임무인 4번이라 해도 위압감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배정대는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3번째 타석부터 방망이가 4번답게 깨어났다. 0-3으로 뒤진 6회 무사 1루서 등장해  이승재의 5구째 높은 슬라이더(137km)를 받아쳐 추격의 좌월 투런포로 연결한 것. 5일 롯데전 이후 15경기만에 나온 시즌 4번째 홈런이었다.
배정대는 이후 2-3으로 뒤진 7회 1사 1루서 볼넷을 골라내며 상대 실책을 틈 타 나온 강백호의 동점 득점을 뒷받침했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타석이었다. 3-3으로 맞선 8회 2사 만루 찬스를 맞이한 그는 홍상삼을 만나 0B-2S의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지만, 4구째 슬라이더를 제대로 받아쳐 3타점 싹쓸이 2루타로 연결했다. 결승타를 때려낸 순간이었다.
5타점을 쓸어담은 배정대는 경기 후 “팀이 연패에 빠지지 않고 위닝시리즈를 거둬 너무 기분이 좋다”며 “어제(23일) 만루에서 힘없는 타구를 쳐서 오늘은 타점 기회가 왔을 때 많은 타점을 올리고 싶었는데 잘 맞아 떨어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실 이 감독의 “지나가는 타순”이라는 인터뷰도 알고 보니 배정대를 향한 배려에서 나온 말이었다. 배정대는 “감독님이 4번 같은 중요한 자리를 맡기실 때는 말을 아끼시는 편이다. 내가 신경쓸 수 있기 때문”이라며 “감독님께서 날 신경써주시는 느낌”이라고 감사함을 표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배정대가 지배한 경기다. 배정대로 시작해서 배정대로 끝났다. 4번타자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배정대가 살아나면 팀도 살아나는 것 같다”고 극찬을 쏟아냈다.
KT는 배정대의 5타점 원맨쇼에 힘입어 KIA를 6-3으로 꺾고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배정대는 이날 지나가는 타자가 아닌 결코 지나칠 수 없는 타자였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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