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도 부상도 아닌데 2군행…국가대표 외야수, 대체 무슨 일이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6.25 05: 06

어디 다친 곳도 없고, 그렇다고 성적이 저조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두산 김태형 감독은 묵직한 메시지와 함께 국가대표 외야수 박건우에게 전격 2군행올 통보했다.
김 감독이 박건우에게 2군행을 지시한 건 지난 21일. 16일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승선과 함께 시즌 타율 .333 2홈런 32타점, 최근 10경기 타율 .316 4타점으로 타격감이 좋았지만, 김 감독은 “박건우가 피곤해하고 쉬고 싶어해서 2군에 가서 푹 쉬고 오라고 했다”며 “야구는 팀 스포츠이기에 한 선수로 분위기가 잘못된다면 결단을 내려야한다. 그게 감독의 역할이고, 지금 그 결단이 필요하다”고 단호히 말했다.
보통은 선수가 부진, 부상이 아닌 이유로 말소될 경우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거나 재정비 시간을 갖는다는 등 나름의 이유를 만들어 언론에 전달하지만, 김 감독은 달랐다. 실제 박건우에게 들은 이야기를 여과 없이 공개하며 선수의 안일한 태도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만큼 박건우를 향한 김 감독의 기대와 실망이 컸다.

경기에 앞서 두산 박건우가 김태형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다./sunday@osen.co.kr

사실 박건우는 김태형호의 핵심 멤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5년 김 감독 부임과 함께 알을 깨고 나온 그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두산 외야의 한 자리를 꿰차며 최근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2016년, 2019년 통합우승의 영광을 누렸다. 박건우는 김 감독이 그 누구보다 아끼는 제자였다.
박건우가 2군으로 내려간 지 사흘이 지났다. 그러나 감독의 선수를 향한 실망은 여전했다. 24일 잠실 키움전을 앞두고 박건우에게 말소 후 메시지를 받은 것이 있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나한테 메시지를 보낼 이유는 없다. 선수들에게 미안해야 한다. 직장에서 한 동료 때문에 다른 동료가 피해를 보면 상사에게 미안할 것이 아니라 동료들에게 미안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경기 시작을 앞두고 두산 김태형 감독과 박건우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dreamer@osen.co.kr
그러면서 “주전들은 자신이 경기에 나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말하면 안 된다. 주전이 피곤하다고 하면 경기에 못 나가는 백업들은 그 말이 와닿겠냐”며 “감독인 내가 코치들 앞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하면 코치들에게 와닿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다시 한 번 박건우가 1군에서 일삼았던 행동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박건우는 이번 말소 사태를 통해 이미지 타격뿐만 아니라 연봉에서도 손해를 입게 됐다. 2021 KBO 규약 ‘야구선수계약서’ 제32조 [연봉의 증액 및 감액] ⓶에는 연봉이 3억원 이상인 선수가 소속구단의 현역선수(1군)에 등록하지 못한 경우 구단은 다음 각 호의 기준에 의해 당해 선수의 연봉을 감액한다고 명시돼 있다.
⓶-1이 바로 박건우 사례에 해당되는데 규약에 따르면 경기력 저하 등 선수의 귀책사유로 현역선수로 등록하지 못한 경우에는 선수 연봉의 300분의 1의 50%에 현역선수에 등록하지 못한 일수를 곱한 금액을 연봉에서 감액한다. 박건우의 올 시즌 연봉은 4억8천만원으로, 2군에서 열흘만 채우고 돌아온다 해도 최소 8백만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다만, 그렇다고 김 감독이 마냥 박건우를 2군에 박아놓을 순 없는 노릇이다. 박건우는 두산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도전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다. 이날 인터뷰에서 콜업 시기와 관련해 “아직 며칠 지나지도 않았다. 열흘이 지난 뒤 이야기하겠다”고 심드렁한 태도를 보였지만, 과거 선수를 호되게 혼낸 뒤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면 다시 기회를 줬던 김 감독이었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박건우는 현재 2군에서 모든 이닝을 소화하며 절치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박건우 사태는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격언을 선수단 전체에 전달하려는 감독의 큰 그림으로 보인다. 박건우를 향한 강한 메시지를 통해 선수 개인과 올 시즌 중위권에서 허덕이고 있는 팀을 동시에 자극하려는 의도인 듯 싶다. 
사실 김 감독은 과거에도 이러한 충격 요법으로 위기의 팀을 종종 구해내곤 했었다. 이번에도 김태형 리더십이 성적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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