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유독 승부처만 되면 곰들이 작아지고 있다. ‘허슬두’, ‘미라클 두산’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경기력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지난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10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올 시즌 유독 승부처에서 고전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2015년 김 감독 부임 후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은 올 시즌 중위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7경기를 치른 현재 순위는 선두 KT에 6경기 뒤진 7위(33승 34패)로, 단독 2위(40승 27패)를 질주했던 지난해 이맘때와 전혀 다른 위치에서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전날 잠실 롯데전 1-9 완패로 5할 승률마저 무너졌는데 이는 김태형호 출범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60경기 이상 기준).

다만, 그렇다고 투타 지표가 크게 떨어져 있는 건 아니다. 팀 평균자책점이 5위(4.27), 타율은 2위(.276)에 올라 있고, 불펜 평균자책점이 4.30으로 10개 구단 중 두 번째로 낮다. 최근 저조한 타격 속 고구마 야구가 계속되고 있는데 놀랍게도 득점권타율은 .289로 전체 1위다.
그렇다면 무엇이 가을 단골손님 두산을 7위까지 내려앉게 만든 것일까. 사령탑의 진단은 승부처 경험 및 집중력 부족이었다. 김 감독은 “사실 현재 상황을 어떤 기록이나 지표로 따지는 건 힘든 것 같다”며 “확실히 뒤쪽에서 힘이 많이 약해진 걸 느낀다. 중간투수들이 잘해주고 있지만, 승부처 또는 1점 승부에서 점수를 내주고, 다시 찾아오질 못한다. 아쉽긴 하나 선수들이 더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바라봤다.

실제로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두산은 올 시즌 1점차 승부에서 10개 구단 중 가장 낮은 승률 .278(5승 13패)를 기록 중이다. 선제 실점 시 승률도 최하위(.200 5승 20패)이며, 7회까지 뒤진 경기의 승률 역시 9위(.037 1승 26패)에 그쳐 있다. 3가지 지표 모두 미라클 두산의 뒷심이 부족해졌다는 방증이다.
두산은 그 동안 스타급 선수들의 잇따른 유출 속에서도 이른바 ‘화수분 야구’를 앞세워 꾸준히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기존 선수가 떠난 자리에 새로운 선수가 끊임없이 등장하며 세대교체 선순환의 롤모델로 군림해 왔다. 놀라울 정도로 신예들이 빠르게 치고 나와 주전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양의지(NC)를 시작으로 최주환(SSG), 오재일(삼성) 등 중심타자들이 줄줄이 떠난 탓에 해결사가 사라졌다. 중심에서 한방을 쳐줘야하는 김재환은 타율 .263의 슬럼프를 겪고 있고, 트레이드로 합류한 양석환이 묵직한 한방을 날리고 있지만, 조력자가 부족하다. 또 다른 해결사 박건우는 최근 감독과의 갈등 속 2군행을 통보받았으며, 열심히 밥상을 차려야할 56억 사나이 정수빈도 타율 .196 부진에 빠져 있다. 주자가 모여있을 때 기대가 되는 선수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냉정히 말해 결국은 화수분야구가 슬슬 한계에 부딪히는 모습이다. 특히 매년 유출 사태를 겪었던 타선에서 그 모습이 더욱 도드라진다. 안재석, 박계범, 강승호 등 새 얼굴의 가세로 과도기를 겪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기존 베테랑 타자들의 활약이 너무도 저조하다.
그러나 또 그 동안 숱한 위기 속에서도 매번 분위기 반전을 이뤄냈던 김 감독이다. 이번 5할 승률 붕괴로 부임 후 최대 위기를 맞았으나 또 어떤 묘수를 통해 곰 군단을 포효시킬지 주목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김 감독은 일단 "경기 초반부터 잡고 가는 게 필요하다. 처음부터 터져주면 아무래도 운영이 수월하다"며 선취 득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전날 경기서는 또 다시 해결사들이 단체로 침묵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