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배트 걸'의 꿈을 이루게 된 양키스 팬 할머니, 어떤 사연이?
OSEN 이사부 기자
발행 2021.06.26 16: 22

[OSEN=LA, 이사부 통신원] 꿈이 이루어졌다. 무려 60년 만이다.
1961년 10살 소녀였던 그웬 골드먼(70)은 뉴욕 양키스의 배트 걸이 되고 싶다는 편지를 구단 사무실로 보냈다. 소년들이 주로 하던 것이었지만 그녀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자신이 있었다.
골드먼은 당시 양키스의 단장이었던 로이 해미로부터 공식적인 답장을 받았다. 내용은 남자 못지 않게 여자도 할 수 있다는 것과 새로운 매력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남자들의 게임에 여자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공식적인 거절이었다. 골드먼은 이 편지를 60년 동안 집 벽에 붙여 놓고 있었다.

[사진] 뉴욕 양키스의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왼쪽)과 그웬 골드먼(오른쪽)이 25일 화상 대화하고 있는 장면. <뉴욕 양키스 공식 트위터 캡처>

그런데 골드먼의 딸인 애비가 양키스의 공식 편지를 받은지 딱 60년이 되는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그 편지를 다시 양키스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에게 보냈다.
[사진]60년 전 그웬 골드먼이 당시 양키스 단장으로부터 받았던 공식 편지(오른쪽)와 이번에 새로 브라이언 캐시먼 양키스 단장으로부터 받은 공식 편지. <뉴욕 양키스 트위터 캡처>
편지를 받은 캐시먼 단장은 주저할 것이 없었다. 바로 골드먼에게 깜짝 놀랄만한 답장을 썼다. 해미 전 단장이 보냈던 것처럼 뉴욕 양키스의 로고가 새겨진 공식 편지였다. 하지만 내용은 달랐다. 오는 29일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LA 에인절스와의 홈경기 때 골드먼을 명예배트 걸로 초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구단은 경기 전에는 물론이고 경기 중에도 덕아웃에서 배트 걸의 역할을 맡길 예정이다.
답장이 골드먼에게 전달되기 전 양키스는 25일 골드먼, 그리고 그 가족들과 깜짝 화상 대화를 해 답장의 내용을 먼저 읽어주었다. 캐시먼 단장은 "(내가 태어나기 6년 전인) 60년 전의 일이긴 하지만 나는 당신의 어릴 적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당신의 60년 전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크게 놀란 골드먼은 "마치 10살 때로 돌아간 것만 같다. 나의 꿈이었다"면서 명예 배트 걸 초청에 "당연히 가겠다"고 말했다.
구단만 나선 게 아니다. 양키스의 에이스인 게릿 콜도 이날 화상 통화 참가해 기꺼이 29일 골드먼을 돕겠다고 했다. 콜은 "나는 1년에 32게임을 뛴다. 나머지 130게임은 덕아웃에 있기 때문에 덕아웃에서 배트 걸이 해야 할 일들을 잘 안다. 그녀가 주심에게 공을 가져다 주어야 할 때 덕아웃에서 빨리 할 수 있는 노하우도 알고 있고, 부러진 배트를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도 잘 안다. 내가 그녀를 잘 도와줄 수 있다"고 했다. /lsb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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