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 부임 후 첫 5할 승률 붕괴(60경기 이상 기준)에 이어 7위까지 떨어진 두산 베어스. 원인으로 체력 저하, 전력 유출을 논하기 이전에 FA 4인방은 지금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하고 있는 것일까.
두산은 지난 겨울 그 어떤 구단보다 바쁜 스토브리그를 보냈다. 모기업 사정이 어려운 가운데 무려 7명의 내부 FA(자유계약선수)가 쏟아져 나오며 이들을 향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기 때문. 결국 7명을 모두 잔류시킬 순 없었다. 허경민(4+3년 85억원), 김재호(3년 25억원), 정수빈(6년 56억원), 유희관(1년 10억원)은 단속에 성공했지만, 최주환(SSG), 오재일(삼성), 이용찬(NC)과는 이별을 택해야 했다.
FA 시장에서 구단 역사상 유례없는 176억원이란 거액을 투자한 두산. 그러나 시즌 반환점을 앞둔 현재 성적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이틀 전 롯데에게 완패를 당하며 2014년 이후 7년만에 60경기 이상 기준 5할 승률이 무너졌고, 전날 패배로 최근 4연패와 함께 이제 8위 롯데의 추격을 걱정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세부 지표 역시 우리가 알던 ‘미라클두산’, ‘허슬두’와는 거리가 멀다. 역전승은 리그 꼴찌(9승)인 반면 역전패는 두 번째로 많은 18패를 당했고, 1점차 승부 승률도 리그 최하위(5승 14패)에 그쳐 있다. 전날 롯데전도 3-4 1점차 패배였다.
부진 원인은 복합적이다. 김 감독 부임 후 연례행사처럼 진행된 전력 유출로 화수분야구의 한계가 왔다는 시선이 있는가 하면 최근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및 잦은 국가대표 차출로 체력이 고갈됐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린다. 김 감독은 전날 “6년째 다른 구단보다 경기를 더 했고, 국가대표 차출도 많았다. 온몸에 테이핑을 하고 있는 선수들을 보기 싫어 일부러 샤워실에 들어가지 않을 때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그 전에 오프시즌 거액의 투자가 현재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지 냉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상, 체력 저하와 별개로 투자는 곧 성적으로 이어져야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FA 4인방은 올 시즌 부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바꿔 말하면 투자 대비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정수빈과 유희관의 부진이 도드라진다. 정수빈은 시즌 초 옆구리 부상으로 한 달여를 쉰 데 이어 성적마저 42경기 타율 .200 13타점에 그쳐 있다. 수비력은 여전히 톱클래스이지만, 극심한 타격 슬럼프로 한때 백업 김인태에게 자리를 뺏기기도 했다.
유희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8년 연속 10승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8경기 2승 4패 평균자책점 8.45의 부진 속 5월 30일 2군으로 내려간 뒤 한 달 가까이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퓨처스리그서도 평균자책점이 6.00까지 치솟았다. 정수빈의 부진은 테이블세터 약화, 유희관의 난조는 대체 선수들의 강제 선발 오디션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김재호마저 43경기 타율 .235 득점권타율 .176의 부진을 겪은 뒤 왼쪽 어깨가 불편해 전력에서 이탈했고, 모범 FA 사례로 꼽히는 허경민도 최근 10경기 타율이 .250으로 주춤하다. 조금 더 시간을 과거로 돌려 2020년을 앞두고 3년 최대 19억원에 계약한 오재원도 부상과 부진이 너무 잦다.
김 감독은 지금의 시기를 잇따른 전력 유출에서 오는 과도기라 말한다. 실제로 현재 두산의 핵심전력은 보상선수, 트레이드 선수가 대부분인 상황. 이들은 아직 두산이라는 새 팀과 더불어 주전이라는 자리가 낯선 선수들이다. 김 감독은 “지금은 다른 팀에서 온 선수들, 젊은 선수들과 함께 새로운 원팀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기존 선수들의 부진과 부상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리빌딩에 성공하기 위해선 베테랑의 존재가 필수이듯이, 두산도 FA 4인방을 포함 왕조를 구축했던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해줘야 반등이 가능하다는 시선이었다. 김 감독은 “어쨌든 이들은 프로야구선수다. 본인들이 어떻게든 해야 한다. 허경민, 정수빈, 박건우, 김재환 등의 나이대 선수들이 팀을 끌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FA 계약이라는 게 계약기간이 모두 끝나봐야 손익계산서를 받을 수 있지만, 어쨌든 첫해 모습은 실망의 연속이다. 두산은 이러려고 부족한 살림에 FA들에게 큰 금액을 투자한 게 아니다. 이들이 분발을 해야 결국은 김 감독이 말하는 ‘새로운 원팀’도 순조롭게 탄생할 수 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