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최다 8연패 수렁에 빠진 한화가 다시 10위로 내려앉았다. 3년 리빌딩을 각오하고 한화 지휘봉을 잡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고 말했다.
한화는 지난주 대구 삼성전과 대전 KT전 모두 스윕을 당했다. 지난 19일 대전 SSG전부터 이어진 연패가 어느새 '8'로 불어났다. 이 기간 총 13득점, 62실점. 득실점 마진이 -49에 달한다. 투타에서 경기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며 추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9위 KIA에 반경기차 뒤진 리그 최하위.
연패 기간이 아닌 시즌 전체로 봐도 한화의 전력 한계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내야수 하주석, 정은원, 노시환, 선발 김민우, 불펜 강재민 등 유망주들이 한 단계 성장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1~2군을 계속 오르내리고 있다. 외국인 선수도 투수 닉 킹험이 한 달 넘게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고, 타자 라이온 힐리는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충격의 18연패 굴욕 속에 창단 첫 10위로 마친 한화는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정리하며 수베로 감독 체제로 전면 리빌딩을 시작했다. 성적은 어느 정도 각오하고 선수 개개인의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수베로 감독의 파격 시프트를 앞세워 시즌 초반에는 돌풍을 일으켰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시즌이 지날수록 전력의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리빌딩 시즌이기 때문에 이런 어려움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고 말했다. 다만 미래를 위해 과감한 '탱킹'이 용인되는 메이저리그 정서와 달리 10개 팀밖에 없는 KBO리그 특성상 성적을 완전히 포기하고 외면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수베로 감독도 "다른 리그보다 리빌딩 과정이 조금 더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긴 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흔들림 없이 계획을 밀고 나간다. 수베로 감독은 "투타에서 중심이 될 만한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다.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계속 발굴해야 한다. 집을 짓는 것에 비유하면 벽돌을 하나씩 끼워넣는 과정이다. 완성이 되면 멋진 집이 나올 것이다"며 "하룻밤에 끝날 작업 아니다. 긴 관점에서 운용하고 지켜봐야 한다. 지금 당장의 승패, 순위표에 너무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수베로 감독은 그 과정을 계속 밟고 일다. 27일 30대 외야수 노수광, 김민하를 1군에서 제외하며 1~2년차 외야수 장지승, 최인호를 올렸다. 수베로 감독은 "시즌 초반 박정현, 유장혁, 임종찬에게 먼저 기회를 줬다. 이 선수들이 100타석 넘는 과정에서 눈에 띄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이후 베테랑 그룹에게 타석을 부여했다. 이 선수들도 100타석 기준으로 봤다. 그 정도라면 선수가 가진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라고 판단한다. 조한민처럼 타율은 조금 낮아도 잠재력 있는 선수들에게 플레잉 타임을 투자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에는 반드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 부분은 충분히 각오했지만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과 부상은 예상 범주를 벗어났다. 5월까지 에이스였던 라이언 카펜터가 6월 5경기 1승4패 평균자책점 7.01로 부진 끝에 휴식차 엔트리 말소될 예정이고, 부상으로 한 달 넘게 자리를 비우다 돌아온 킹험도 아직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힐리는 64경기 타율 2할5푼7리 6홈런 32타점 15볼넷 57삼진 OPS .690으로 중심타자 구실을 못하고 있다.
트레이드도 있지만 시즌 도중 팀 전력을 확실하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외국인 선수 교체다. 키움이 벌써 두 장의 외국인 교체 카드를 모두 사용한 가운데 삼성, SSG, KT가 한 명씩 교체했다. LG, KIA도 대체 선수를 찾고 있는 가운데 한화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외국인 선수 교체와 관련해 "그 부분은 프런트의 몫이다. 나로선 현재 있는 선수들을 최대한 살려 팀에 기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외에는 코멘트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외국인 선수 교체 등록 마감 시한은 8월15일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