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첫 FA, 김성근 감독 잊지 않은 허도환 "아침 7시부터 훈련"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6.28 05: 33

"가늘어도 길게 야구하고 싶다."
지난 2016년 11월 일본 미야자키. 당시 한화 마무리캠프에 참가한 포수 허도환(37·KT)은 김성근 감독의 맹훈련에 "수염 깎을 힘도 없다"며 우는 소리를 했다. 그런데 표정은 늘 그렇듯 웃고 있었다. 당시 한화에서 2년 연속으로 유일하게 정규시즌-교육리그-마무리캠프로 이어진 강행군을 포기하지 않고 완주했다. 
그때도 허도환은 만 32세로 적잖은 나이였지만 김성근 감독은 어린 선수들과 항상 똑같이 훈련을 시켰다. 허도환도 싫은 내색하지 않고 강훈련을 따라갔다. "몸은 힘들어도 감독님께서 한 번 더 기회를 주시는 것이라 생각한다. 감사한 마음으로 훈련한다"던 허도환은 "FA는 신경 안 쓴 지 오래 됐다. 포수는 오랫동안 할 수 있는 포지션이다. 가늘어도 길게 야구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말했다. 

27일 오후 대전 한화이글스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6회초 1사 만루 kt 허도환이 만루홈런을 날린 뒤 더그아웃에서 동료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1.06.27 /ksl0919@osen.co.kr

그로부터 5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한화를 떠나 SK(현 SSG)를 거쳐 지금 KT에서 뛰고 있는 허도환은 마침내 데뷔 첫 FA 자격까지 충족했다. 지난 2007년 두산에 입단한 뒤 프로 15년차가 된 그는 남은 시즌 1군 등록 일수와 관계없이 FA 자격이 된다. 15년간 두산, 넥센, 한화, SK, KT 등 5개 팀을 오가면서 살아남은 훈장 같은 자격이다. 
2016년 한화 시절 허도환(왼쪽)과 김성근 감독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dreamer@osen.co.kr
허도환은 "FA는 여전히 저랑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자격은 다 채웠지만 (시즌 후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야구를 더하고 싶은데 구단과 얘기를 해봐야 한다. 제 마음대로 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FA 자격을 갖출 때까지 야구를 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예전에도 말했듯 짧고 굵은 것보다 가늘어도 길게 오래 가고 싶다"며 "한화 시절 김성근 감독님 밑에서 열심히 훈련한 덕분에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때는 아침 7~8시부터 훈련을 했다. 요즘도 1년에 한두 번씩 김성근 감독님께 전화를 드린다. 여전히 감독님이 무서워서 전화를 자주 드리진 못한다"면서 웃었다. 
요즘 활약을 보면 야구를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다. 26~27일 대전 한화전에서 2경기 연속 홈런을 폭발했다. 특히 27일 경기에서는 데뷔 첫 만루 홈런 손맛도 봤다. 6회 1사 2,3루에서 한화 배터리가 신인 김건형을 고의4구로 1루에 보내며 허도환과 승부를 택했지만 실수였다. 허도환은 신정락의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데뷔 첫 만루포이자 개인 통산 10호 홈런. 
올해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주전 포수 장성우가 부진과 피로 누적으로 자리를 비울 때마다 허도환이 부름을 받았다. 올 시즌 18경기에서 33타수 9안타 타율 2할7푼3리 2홈런 8타점으로 쏠쏠하다. 주자 있을 때 7타수 5안타로 집중력을 보였다. 희생번트 3개로 작전 수행도 잘한다. 눈에 띄지 않아도 견실한 수비는 더 말할 것 없다. 
KT 허도환. 2021.05.21 / dreamer@osen.co.kr
장성우가 재정비 차원에서 지난 19일 엔트리 말소됐지만 이 기간 KT는 7승2패로 상승세를 이어가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허도환의 역할이 크다. 이강철 KT 감독은 "장성우가 빠졌지만 허도환이 공수에서 너무 잘해주고 있다. 넥센(현 키움) 수석코치 시절에도 허도환과 같이 했는데 펀치력도 있다. 작전 수행 능력이 좋아 작전을 내기도 편하다"고 칭찬했다. 
허도환은 KT에서 개인 두 번째 우승을 꿈꾼다. 지난 2018년 한국시리즈 6차전 마지막 순간 SK 안방을 지켰던 '우승 포수'가 바로 허도환이다. "그때는 SK에 천운이 왔었다. 5차전을 이기고, 6차전에도 (최)정이가 (9회 2사에서) 동점 홈런을 치면서 SK가 우승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아직 시즌 중반이라 더 봐야하겠지만 지금처럼 하면 좋은 결과 있을 것 같다. 선발 5명이 확실히 갖춰져 있고, 불펜에도 좋은 투수들이 많다. 야구는 투수 놀음인데 우리 투수들이 워낙 좋다"는 것이 허도환의 말이다. 
27일 오후 대전 한화이글스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6회초 1사 만루 kt 허도환이 만루 홈런을 날린 뒤 홈에서 동료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1.06.27 /ksl0919@osen.co.kr
그러면서 KT의 팀 문화도 이야기했다. 허도환은 "지난해 KT에 처음 와서 놀란 게 어린 선수들이 훈련하기 전부터 일찍 야구장에 와서 웨이트 트레이닝 등 자기가 해야 할 것을 확실히 하는 모습이었다. (유)한준이형부터 (박)경수, (황)재균이 등 선배들이 모범을 보이면서 팀 문화를 잘 만들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우리 팀이 쉽게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고 자신했다./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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