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또 한 명의 투수를 고쳐 쓰고 있다. 지난겨울 롯데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우완 투수 박시영(32)이 KT에서 반등에 성공했다. 명투수 출신 이강철(55) KT 감독은 벌써 3년째 타팀의 전력 외 투수들을 데려와 요긴하게 활용 중이다.
이강철 감독 부임 후 KT는 매년 한두 명씩 다른 팀에서 온 불펜투수들이 깜짝 활약했다. 2019년 전유수, 2020년 이보근과 유원상이 KT에 와서 살아났다. 전 소속팀에서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돼 트레이드, 2차 드래프트, 방출 과정을 통해 KT로 넘어온 투수들이었다. KT에선 구종 구사 비율이나 코스 활용에 크고 작은 변화를 주면서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피칭 디자인을 한 것이 통했다.
올해는 박시영이 그 계보를 잇고 있다. 박시영은 지난해 12월 트레이드를 통해 내야수 신본기와 함께 롯데에서 KT로 옮겼다. KT는 군복무 중인 젊은 투수 최건과 2022년 2차 3라운드 신인 지명권을 롯데에 넘겼다. 외부 시선은 전천후 내야수 신본기에게 맞춰졌지만 내부에선 박시영에 대한 기대도 컸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 2월 부산 기장 스프링캠프에서 "올해 박시영이 괜찮을 것 같다. 다른 팀 베테랑 투수들을 왜 데려오냐고 할 수 있지만 우리가 봤을 때 '이 정도 구위면 괜찮겠다' 싶은 선수들이 있다. 구종 선택과 생각을 바꿔 놓으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며 박시영의 주무기를 살린 피칭 디자인을 계획했다.

지난 2008년 롯데에 지명된 뒤 2010년 1군 데뷔한 박시영은 2016년부터 1군 투수로 올라섰다. 구위는 좋지만 제구 불안과 결정구 부재로 확실한 불펜 필승조가 되지 못했다. 지난해 36경기 30⅓이닝 1승1패1홀드 평균자책점 8.01로 바닥을 쳤다. 하지만 올해 KT에선 11경기 12⅔이닝으로 아직 표본이 많지는 않지만 1승1홀드 평균자책점 1.42로 눈에 띄게 성적이 좋아졌다. 특히 지난 18일 1군 복귀 후 4경기에서 5⅔이닝 무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행진 중이다.
이 감독은 "지금 던지는 것을 보면 6~7회 주권 앞에 써도 될 것 같다. 큰 자원 하나 얻었다"며 "처음에는 투구 패턴 변화에 대한 생각을 빨리 바꾸지 못했다. 직구만 던지고 그랬는데 1군 복귀 후에는 초구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고 유리한 카운트로 승부한다. (5월말 2군에) 다녀온 뒤 생각을 많이 바꿨다"고 설명했다.
박시영은 평균 144km, 최고 148km 강속구를 뿌린다. 구위는 좋지만 단조로운 패턴과 제구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는 직구(44.8%)보다 슬라이더(40.3%) 포크볼(10.9%) 커브(4.0%) 등 변화구 비율을 높였고, 하이 패스트볼로 존을 넓게 활용하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개막 엔트리에 탈락하고, 1군 콜업 후 2군에도 한 차례 다녀오는 등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 감독은 "구위 자체가 좋아 공이 존에만 들어가면 타자를 이길 확률이 높은 투수다. 이대로 자신감이 붙으면 필승조가 되는 것이다"며 "기술보다 멘탈이다. 피칭 디자인을 처음부터 바꾸기 쉽지 않은데 (박승민) 투수코치가 그것을 잘한다. 투수 1명이 더 필요한 상황에서 박시영이 불펜에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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