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 한 소녀의 ‘배트 걸’ 소원… 양키스는 잊지 않았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6.29 15: 04

60년 전, 한 소녀는 뉴욕 양키스를 사랑하는 마음에 ‘배트 보이’들을 보며 스스로 ‘배트 걸’이 될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소녀는 구단을 향해 간곡하게 요청했지만 구단은 정중히 반대의 의견을 전했다. 그러다 60년이 지난 뒤, 소녀가 백발의 할머니가 됐을 때 양키스 구단은 비로소 그녀를 초대했고 60년 만에 꿈을 이뤘다.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 브롱스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양키스는 뜻깊은 자리를 마련했다. 지역사회와 구단에 도움을 주거나 기여한 단체 혹은 인물들을 선정하는 ‘HOPE 위크’ 주간을 맞이해서 지난 1961년, 구단에 배트걸을 요청했던 그웬 골드먼 씨를 시구자로 초청하고 덕아웃을 둘러보는 행사를 진행했다.
골드먼은 10살 때던 1961년, 미키 맨틀과 로저 매리스가 홈런 경쟁을 펼치고 있던 시기, 양키스에 빠져 들었고 배트걸의 꿈을 품었다. 당시 양키스 로이 하미에게 우편으로 직접 요청을 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양키스를 사랑했다. 남자들이 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배트보이가 될 수는 없지만 배트걸은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안된다고 했을 때 당연히 실망을 했다. 그래도 양키스가 답장을 해줘서 너무 기뻤다”고 전했다.

[사진] 뉴욕 양키스 SNS

당시 하미 단장은 “우리는 소녀들이 소년들만큼 유능하고 경기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동의한다. 그러나 젊은 여성들이 덕아웃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고 당시 엄연히 존재했던 ‘금녀의 벽’을 언급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 메이저리그 구단에는 다수의 여성들이 ‘유리천장’을 깨고 진입했다. 마이애미 말린스의 킴 응 단장은 최초의 여성 단장으로 부임했다. 그 전에는 양키스에서 단장 보좌역을 역임하기도 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할머니였다. 하지만 당시 양키스가 보낸 답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딸은 양키스 구단의 행사 소식을 듣고 과거 편지 사본을 이메일로 보냈다.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과 양키스는 이를 지나치지 않았다.
캐시먼 단장은 “당시 교류가 60년 전에 이뤄졌지만 당시의 원래 요청을 되살리고 어릴적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면서 “양키스 구단은 업계의 성별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덕아웃을 포함한 남자가 있는 모든 곳에 여자도 있을 수 있다는 믿음을 뿌리에 두고 있다. 60년이 흘렀지만 10살 소녀가 우리에게 편지를 쓰면서 보여준 야망을 보답하고 인정을 해도 늦지 않다”고 골드만 씨를 초청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애런 분 감독과 에이스 게릿 콜은 골드만을 맞이했고 전설적인 투수이자 현재 YES 네트워크의 해설자인 데이비드 콘은 시구 지도를 하기도 했다. 애런 분 감독은 “그녀가 몇 이닝 동안 벤치에 머물기를 기대하고 있다. 게릿 콜은 “평생의 경험이 되길 바란다. 긴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응원했다.
이에 골드만은 “초현실적인 일이 일어났다. 꿈이라느고 말하는 것은 절제된 표현이 될 것이다. 셀러임과 압도적이라는 것 외에 다른 단어를 찾으려면 백과사전을 봐야 한다. 경기장에 들어서는 기쁨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라고 60년 만의 꿈을 이룬 감격의 소감을 전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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