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진 같은 탑 모델도 박선영 같은 배우도, 신봉선 같은 코미디언도 한마음으로 유니폼을 입었다. 팀 스포츠의 매력을 찾아 여자 축구에 도전한 것. 이들을 한 자리에 모은 '골 때리는 그녀들'의 이승훈 PD를 만나봤다.
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약칭 골때녀)'은 축구에 진심이 여성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여자 축구의 르네상스를 펼치는 예능이다. 올해 초 특집 편성 때부터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더니, 금세 정규 편성으로 돌아와 매주 수요일 밤 9시에 시청자를 찾아가고 있다. 이승훈 PD는 '골때녀'의 연습부터 본 경기와 방송까지 모두 책임지는 좌장이다.
축구는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팀 스포츠라는 매력이 강한 터. 그에 맞춰 '골때녀'는 다채로운 매력의 구단들을 자랑한다. '차붐' 차범근 며느리인 한채아, 이천수 아내 심하은 등이 속한 FC 국대 패밀리부터 주장인 '드마(드록바+마라도나)' 신봉선을 필두로 뭉친 이경실, 조혜련 등의 FC 개벤져스, 박선영과 신효범 등 '불타는 청춘' 멤버들이 모인 FC 불나방, 악바리 주장 한혜진 밑으로 모델 후배들이 뭉친 FC 구척장신은 특집 편성부터 함께 한 원년 멤버들이다. 여기에 정규 편성에는 이미도, 김재화, 최여진 등 쟁쟁한 액션 여배우들이 함께 하는 FC 액셔니스타와 영국 출신 에바와 우즈베크 출신 구잘 등 외국인 선수들로 꾸려진 FC 월드 클라쓰가 가세했다.
![[사진=SBS 제공] '골 때리는 그녀들'을 연출하는 이승훈 PD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https://file.osen.co.kr/article/2021/06/30/202106300415772238_60db71b17c88c.jpeg)
또한 김병지, 황선홍, 이천수, 최진철, 최용수, 이영표 등 국가대표 출신들이 감독을 맡았고 코미디언 이수근과 SBS 아나운서 배성재가 중계로 재미를 더한다. 출연진만 해도 수십명에 달하는 상황 이승훈 PD는 "편집할 때 한번에 볼 수 있는 창(layer)들이 최대 100개인데 저희는 그거로 모자르다"라며 촬영 현장의 어려움에 혀를 내둘렀다.
단순히 촬영만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는 선수들 중 눈여겨 볼 만한 사람을 묻는 질문에 "누구 한 명 꼽기 힘들다"라고 고심 끝에 답했다. 이어 "팀 별로 잘하는 사람들을 한 명씩 꼽자면 불나방에 박선영 씨 같은 분들을 말할 수 있을 거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 실력이 부족한 분들이라고 해서 열정이 없는 게 아니다. 단적인 예로 박선영 씨와 같은 팀의 송은영 씨는 실제 사는 집이 대전이고, 불나방 연습실이 경기도 광주다. 그런데도 매일 같이 출퇴근하며 연습을 하고 있다. 심지어 직접 연습하러 다니겠다고 운전면허까지 따신 분이다"라며 모든 '골때녀'들에 대한 존중을 보였다.

그런 이승훈 PD가 '골때녀'로 보여주려고 한 것은 출연진의 자발적인 팀워크로 굴러가는 팀 스포츠 자체의 매력이었다. 여기에 모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축구가 유효했다고. 앞서 '불타는 청춘'을 연출했던 그는 "제가 생각하는 좋은 프로그램은 '제작진이 움직이는 것보다 출연자들이 열의를 갖고 주도하는 것'이다. '불타는 청춘' 때도 출연자들이 즐거워서 여행을 갔다"라며 "'골때녀'에서는 출연자, 아니 선수들이 축구에 미쳐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모든 팀들이 축구에 미쳐서 따로 시간을 내서 미친듯이 연습을 하고 '저 팀 언제 연습한 것 같던데'라면서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다. 감독님들도 자존심 싸움에 들어가서 승부에 대한 욕심이 엄청 나다.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이게 예능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큐멘터리처럼 승부 앞에서는 다들 진지해진다. 오죽하면 제가 쫓아다니면서 '제발 다치면 안 되니까 연습 좀 적당히 하고 오자'라고 말할 정도다"라며 눈을 빛냈다.
이러한 출연진의 열정 덕분일까. '골때녀'는 정규 편성 2회 만에 공식 유튜브 영상으로 조회수 100만 회를 돌파하며 안팎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다만 이승훈 PD는 시청자가 보내는 다양한 반응 가운데 스포츠와 예능 사이 균형 감각을 잡는 고민도 꾸준히 하고 있다.
이승훈 PD는 "'골때녀'는 단순히 '스포츠 예능', '축구 예능'이라는 생각으로만 접근하거나 기획한 프로그램이 아니"라며 "그 안에서 선수들이 느끼는 팀 스포츠의 매력,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열정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워낙 많은 분들이 나오시고, 또 경기와 그 외 시간들을 다양하게 촬영하다 보니 경기 위주로 보고 싶어하시는 분들과 그 외 시간의 예능적 재미도 보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같이 있는 것 같다. 결국 그 사이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는 제작진의 고민이라고 본다. 저희는 모든 순간을 지켜보고 있다 보니 경기를 보는 재미도, 그 외 시간에서 오는 또 다른 재미와 감동도 다 느끼고 있는데 우리 제작진이 느끼는 것들을 다 녹여내서 시청자 분들께 전달하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드라마를 쓰라고 해도 이렇게 못 쓸 것 같다"라고 웃으며 매 경기, 매 순간이 웃음과 감동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우리 '골때녀' 선수들은 다 각자 분야에서 열심히 하고 있고 본업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열일 다 제치고 축구에 매진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니 축구 실력에 상관 없이 나름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 모습이 매 경기 눈물을 자아낸다. 이렇게 감동이 클 줄 저조차도 짐작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겨도 울고, 골 넣어도 울고, 지면 속상해서 당연히 운다. 한 명이 울면 다 따라 울 정도로 다같이 경기에 몰입하고 있어서 지켜보다 보면 몰입과 공감의 힘이 대단하다"라고 자신했다.
방송에는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지만 '골때녀' 촬영은 이미 리그전을 마친 상황. 제작진과 출연진은 토너먼트 진행을 앞둔 상태다. 이승훈 PD는 "각 팀 구멍들이 사라지고 있다. 잘하는 분들은 여전히 잘하고 성장이 기대되는 분들도 있다. 특집 편성 때 꼴찌였던 구척장신도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고 신규로 합류한 두 팀의 활약도 기대하셔도 좋다"라며 자신만만한 웃음을 보였다.
"어떤 경기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승훈 PD는 "심지어 승부차기를 하고 하고 또 하다 낮에 시작해서 밤에 끝난 경기도 있다"라며 종잡을 수 없는 '골때녀'를 기대하게 했다. '축알못'도 방구석 메시도 모니터 앞에 불러모을 각본 없는 드라마, '골때녀'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 monamie@osen.co.kr
[사진]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