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 양석환(30)이 없었으면 어쩔 뻔 했을까. 양석환이 두산에 오지 않았으면 그의 야구 인생은 또 어땠을까.
양석환이 두산의 복덩이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지난달 30일 대전 한화전에서 9회 결승 만루 홈런을 폭발하며 두산의 4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어느새 홈런 16개로 팀 내 단독 1위에 올랐다. 김재환이 2군으로 내려간 사이 두산의 4번 타자를 꿰차며 중심타선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시즌 전체 성적은 69경기 타율 2할8푼8리 75안타 16홈런 48타점 24볼넷 68삼진 출루율 .347 장타율 .523 OPS .870. 모든 비율 기록이 개인 최고로 홈런 숫자도 산술적으로 33개까지 가능하다. 지난 2018년 LG 시절 개인 최다 22개를 가뿐히 넘어설 페이스.

양석환은 시즌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있던 지난 3월26일 LG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됐다. 두산은 군필 좌완 함덕주를 주고 양석환을 데려왔다. 오재일(삼성)의 FA 이적으로 생긴 1루 공백을 메우기 위함이었다. 또 다른 카드로 우완 채지선을 넘기며 좌완 남호를 받긴 했지만 투수의 시장 가치가 높다는 점에서 함덕주를 데려간 LG에 무게가 실린 트레이드였다.
하지만 지금 당장 트레이드 승자는 두산이다. 수년간 반복된 내부 FA 유출로 타선의 전력이 약화된 두산에 양석환이 없었더라면 7위보다 더 낮은 순위로 내려앉았을 것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양석환에 대해 "여러 방면에서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잘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두산에도, 양석환에게도 트레이드는 신의 한 수. 양석환은 트레이드 효과에 대해 "트레이드 되고 나서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다. 올 시즌에 대한 자신감은 개인적으로 있었다"면서도 "트레이드가 되면서 없지 않아 자극제가 생기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LG에 있었더라면 지금처럼 풀타임 선발로 뛰기 어려웠을 양석환이다. 2015년 1군 데뷔 후 군입대 전까지 주전으로 뛰었지만 지난해 8월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니 LG의 3루에는 김민성, 1루에는 로베르토 라모스가 있었다. 짧게나마 백업의 설움을 맛봤던 양석환은 지금도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
올해 팀의 69경기 모두 출장한 양석환은 "주전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144경기 다 나간다고 생각해야 한다. LG 있을 때 백업을 해보면서 느낀 게 있다. 한 경기, 지금 내가 들어가는 한 타석이 데뷔도 못 해보고 유니폼을 벗어야 어느 누구에겐 없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것에 대한 책임감이 있다. 어디 부러지거나 그러지 않는 이상 경기에 빠지지 않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두산에 와선 후배들에게도 더 많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역시 주전으로서 책임감, 의무감이다. 그는 "LG에선 확실한 주전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가 무슨 말을 해도 후배들에게 쉽게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주전으로 많이 나가는 만큼 어린 선수들도 제 생각을 받아줄 것이라 생각한다"며 "현재 두산의 라인업이 예전에 비해 좋진 않지만 지금 어린 선수들이 몇 년 뒤 다시 왕조가 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본다. 경기에 많이 나가는 후배들에겐 좋은 기회다. 실패 속에서 얻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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