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감독도 피할 수 없었다. 한국시리즈 우승 명장과 레전드 출신 감독들에 이어 외국인 감독까지 '한화 10연패' 잔혹사를 썼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1일 대전 두산전에서 3-10으로 패했다. 지난달 19일 대전 SSG전부터 시작된 한화의 연패는 결국 '10'으로 불어났다. 10연패 시작 전까지 4연패가 팀 최다 기록으로 잘 버텼지만, 한 번 무너지자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있다.
10연패 기간 한화는 22득점, 71실점, 득실점 마진 -49로 투타에서 압도적으로 밀렸다. 득실점을 기반으로 하는 피타고리안 승률(.095)도 1할이 되지 않는다. 9연패를 당한 지난달 30일 두산전에서 마무리투수 정우람이 9회 1점 리드를 날리며 5실점으로 무너진 것이 아쉽다.

이로써 한화는 구단 역대 7번째로 두 자릿수 연패 굴욕을 당했다. 전신 빙그레 시절이었던 지난 1993년 6월 김영덕 감독 체제에서 구단 최초 10연패를 당했다. 한화로 팀명이 바뀐 뒤에는 2009년 김인식 감독 시절 6~7월, 8월 각각 12연패, 10연패로 한 해 두 번의 두 자릿수 연패를 기록했다.
2010년 4~5월 한대화 감독도 11연패를 당했다. 김응룡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시작한 2013년은 개막 13연패로 리그 역대 불명예 기록을 썼다. 지난해에도 5~6월에 걸쳐 리그 역대 최다 타이 18연패로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한용덕 감독이 14연패 후 물러났고, 최원호 감독대행 체제에서 4연패를 더해 18연패했다.

김영덕, 김인식, 김응룡 감독은 모두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시대의 명장들이었다. 한대화, 한용덕 감독은 선수로 레전드급 성적을 낸 스타 출신 감독들이다. 우승 명장도, 스타 감독도 막을 수 없었던 한화 10연패 불명예를 구단 첫 외국인 감독도 피하지 못했다.
수베로 감독의 10연패는 KBO리그 외국인 감독 최초 불명예 기록이기도 하다. 2009년 9월~2010년 4월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 2017년 7월 트레이 힐만 전 SK 감독이 기록한 7연패가 종전 최다 기록이었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과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6연패가 최다 기록으로 지난 5월 나란히 기록했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정리하면서 전면 리빌딩에 나선 한화의 고난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 시즌 초반 파격 시프트와 젊은 선수들의 깜짝 활약으로 돌풍을 일으켰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시즌이 계속될수록 팀 전력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단기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수베로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항상 말했지만 선수 개개인의 성장이 중요하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싸우는 것이 우리가 가져야 할 정체성이다. 그런 부분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긴 연패에 장사 없지만 지금 이 고난을 참고 견뎌야 밝은 미래를 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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