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야 쇼트트랙이야? 진기명기 이어달리기, 신인 재치 빛났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7.02 06: 04

마치 결승선을 통과하는 쇼트트랙 선수들 같았다. 골인 지점에 날 끝을 들이미는 쇼트트랙 선수들처럼 두산의 주자들도 간발의 차이로 연이어 홈에 들어왔다. 두산의 키스톤 콤비 강승호(27)와 안재석(19)이 진기명기를 연출했다. 
1일 대전 두산-한화전. 두산이 4-0으로 앞선 4회초 1사 후 강승호가 볼넷, 안재석이 우중간 안타로 출루했다. 계속된 1,2루에서 박건우가 우월 2루타를 터뜨리면서 강승호와 안재석의 뜻하지 않은 추격전이 전개됐다. 
한화 우익수 장지승은 박건우의 머리 위로 넘어가는 타구를 쫓아가 점프 캐치를 시도했다. 타구가 잡힐 것을 계산한 강승호가 2루로 붙어 태그업을 시도했지만, 1루 주자 안재석이 이미 2루에 도달했다. 안재석은 선행 주자 추월 아웃을 피하기 위해 잠시 멈칫했지만 장지승이 공을 놓치는 순간 강승호와 함께 동시에 전력 질주했다. 

[사진] SBS 스포츠 중계 화면

마치 달리기 경쟁을 하듯 안재석이 강승호 뒤에 바짝 붙었다. 3루를 지나 홈에 나란히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들어왔다. 강승호가 먼저 홈을 쓸고 지나간 뒤 안재석도 강승호의 다리 밑 공간에 손을 내밀어 홈을 터치했다. 
중계 플레이로 공을 넘겨받은 한화 포수 허관회가 안재석에게 태그를 시도했지만 강승호의 뒷다리에 막혀 태그하지 못했다. 안재석은 강승호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오른 다리를 비튼 채 슬라이딩했다. 주루 도중 주자끼리 신체 접촉이 있어도 아웃되진 않지만 혹시 모를 부상 방지를 위해 재치 있게 움직였다. 
2명의 주자가 거의 비슷한 타이밍에 홈에 들어온 진기명기. 그 다음 비디오 판독도 진기했다. 원심은 강승호 세이프, 안재석 아웃. 한화와 두산 양 측에서 동시에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한화는 강승호의 아웃/세이프 여부를, 두산은 안재석의 아웃/세이프 여부를 확인했다. 3분에 걸친 비디오 판독 결과 강승호는 원심 그대로 세이프였지만, 안재석은 아웃에서 세이프로 번복됐다. 주자 2명 모두 득점으로 인정된 두산은 6-0으로 스코어를 벌리며 승기를 잡았다. 
[사진] SBS 스포츠 중계 화면
경기 후 강승호는 이 상황에 대해 "뒤에서 (안재석이) 오고 있는 건 알았는데 그렇게 가까이 있는 줄 몰랐다. 그래서 홈 베이스를 스쳐지나는 슬라이딩을 하려 했다"고 말했다. 타구를 미리 확인한 뒤 고영민 3루 베이스코치 사인을 보고 전력으로 뛴 안재석은 "슬라이딩을 하면 부딪칠 것 같아 몸을 틀어 홈을 터치했다"고 말했다. 가속도가 붙었지만 속도를 살짝 늦춰 주자 추월을 피했다. 부상 위험을 차단한 슬라이딩으로 쐐기 득점까지 올리며 만 19세의 재기 발랄함을 뽐냈다. 
안재석은 8회 한화 구원 윤호솔에게 쐐기 투런 홈런까지 쳤다. 6구째 145km 직구를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겼다. 비거리 125m, 시즌 2호 홈런. 안재석은 "빗맞은 안타가 나오곤 했지만 요즘 타격이 부진해서 힘들었다. 정확히 맞히고 싶었는데 홈런이 나와 좋다"며 기뻐했다. 
서울고를 졸업하고 올해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신인 안재석은 베테랑 김재호가 어깨 부상으로 장기 결장하며 주전 기회를 잡았다. 유격수 수비에서 뛰어난 순발력과 강한 어깨,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움직임으로 안정감을 뽐내고 있다. 48경기 타율 2할9푼1리 34안타 2홈런 11타점 OPS .750으로 타격에서도 수준급 성적을 내며 신인왕 레이스 중심에 섰다.  /waw@osen.co.kr
두산 유격수 안재석이 1루주자 심우준을 2루에서 포스아웃 시킨 뒤 1루로 송구하며 병살을 연결하고 있다. 2021.06.19 /c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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