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종' 나홍진 쓴 글, '셔터' 감독 만나 청불 무속공포로 탄생(종합)[현장의 재구성]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1.07.02 19: 48

 영화 ‘추격자’ ‘곡성’의 나홍진 감독과 ‘셔터’ ‘샴’을 만든 태국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만났다. 스릴러 장르에서 연출력을 인정받은 두 사람이 협업한 ‘랑종’은 샤머니즘 공포를 표방한다. 
2일 오후 서울 이촌동 용산 CGV아이파크몰에서 이달 14일 개봉을 앞둔 영화 ‘랑종’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나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했고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화상회의를 통해 연결됐다. 
‘랑종’(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노던크로스 GDH)은 태국 산골마을 신 내림이 대물림 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그린 영화. 

쇼박스

태국의 무당 님(싸와니 우툼마)과 그녀의 가족들의 삶을 관찰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내 마치 실화인 것처럼 표현했다. 관객들은 ‘랑종’을 보며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테지만 무당 님과 조카 밍(나릴야 군몽콘켓), 님이 믿는 ‘바얀 신’은 모두 작가적 상상력으로 창조해낸 픽션이다. 
이날 나홍진 감독은 “‘셔터’ ‘샴’ 등 감독님이 호러영화를 너무 잘 만드신다. 제가 쓴 글을 맡기면 너무 잘 나올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연출을 제안한 이유를 전했다. 나 감독과 최차원 작가가 쓴 시나리오를 반종 감독이 영상으로 완성했다. 
신 내림이 대물림 된다는 큰 줄기 곳곳에 샤머니즘 공포영화의 핵심 요소(무당 모티브, 퇴마, 귀신)들이 자리 잡고 있다.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미스터리한 현상을 소름돋게 담았다. 
두 감독의 열정은 코로나 팬데믹도 가로막을 수 없었다. 시시각각 현장 상황을 온라인으로 주고받으며 완벽함에 다가서고자 노력했다. 
반종 피산다나쿤은 “제가 나 감독님 팬이다. 제게 감독님은 아이돌이다.(웃음)”라며 “‘곡성’에서 영감은 받았지만 ‘랑종’에서도 그와 비슷하게 화면을 꾸민 것은 아니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걱정이 많았다. 제가 태국 무속신앙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였다. 먼저 나 감독님에게 양해를 구한 뒤 리서치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과정에서 태국, 한국의 무속신앙이 비슷한 점이 많았다는 것에 놀랐다”라고 연출 과정을 전했다.
나 감독은 “코로나 때문에 제가 현장에 가지 못했지만, 마치 현장에 제가 있는 것처럼 감독님이 수고를 해주셨다. 완성된 영화의 분량, 컷들을 28회 만에 촬영하신 것을 보고 놀랐다”고 감탄했다. 반종 감독은 나 감독으로부터 원안을 받고, 2년여 간 무속신앙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피산다나쿤 감독은 이어 “태국 북부 사람들의 토테미즘, 무속신앙에 영감을 받아 영화를 만들었다. 제가 조사한대로 그리려고 했다”라고 ‘곡성'과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이 감독은 ‘셔터’(2005) ‘샴’(2007) ‘ABC 오브 데쓰’(2012) ‘피막’(2014) 등의 연출을 맡으며 국내에도 팬층을 형성했던 바. 
그러나 ‘랑종’에는 살인 등의 잔인한 장면이 나와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에 반종 감독은 “수위와 관련해서는 나 감독님과 굉장히 많은 언쟁이 있었다. 저는 잔혹함이나 선정적인 장면을 넣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내용과 필요없는 장면은 절대 넣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흐름에 맞는 영상을 넣었다고 자신했다. 
나홍진 감독은 이에 “저는 수위를 좀 낮춰보자고 했다. 감독님은 더 높게 가려고 했는데 저는 감독님의 의견에 따랐다”고 밝혔다. 
피산다나쿤은 “제가 ‘셔터’, ‘샴’을 제작하고나서 공포장르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다. 더 이상 공포영화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었다. 그 이후엔 다른 장르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나 감독님의 원작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서 다시 한 번 공포영화를 제작해보고 싶었다. ‘곡성’과의 차별화 방법은 한 여자가 무당이 되는 과정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리고 싶었다”고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밍 역은 태국의 나릴야 군몽콘켓이 맡았다. 반종 감독은 “이 역할에 최대한 가까운 배우여야 한다는 의견을 수렴했다. 수많은 오디션을 거치면서 밍 캐릭터에 잘 맞는 배우를 찾았다. 나이가 어리지만, 이 역할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미래가 창창한 배우”라고 극찬했다. 그녀의 연기는 관객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이어 그는 “나홍진 감독님과 함께 하면서 제 수준이 높아진 거 같다. 한국 영화팬들이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는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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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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