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행 제안이 자극이 된 것일까. KT 위기의 남자 윌리엄 쿠에바스가 효자 외인으로 재탄생했다.
쿠에바스는 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6차전에 선발 등판해 7⅔이닝 4피안타 4볼넷 5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4승(3패)째를 챙겼다.
쿠에바스가 시즌 12번째 선발 등판에 나섰다. 경기 전 기록은 11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5.84. 최근 등판이었던 6월 25일 대전 한화전에서 강우콜드로 인해 행운의 5이닝 무실점 완봉승을 거뒀다. 다만, 올해 키움 상대로는 5월 5일 고척에서 4⅔이닝 10실점 악몽을 겪은 기억이 있었다.

1회 2사 후 이정후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박동원을 3구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끝냈다. 이후 6회 선두 이명기를 볼넷으로 내보낼 때까지 무려 13타자를 연달아 범타로 돌려보냈다. 공격적인 투구와 효율적인 투구 관리로 5회까지 투구수가 49개에 불과했고, 타선의 득점 지원과 함께 시즌 4승 요건까지 갖췄다.
6회 선두타자 볼넷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폭투로 이어진 2사 2루서 김혜성을 유격수 땅볼로 잡고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4-0으로 리드한 7회가 최대 위기였다. 선두 이정후의 안타, 이용규, 김웅빈의 볼넷으로 2사 만루에 처한 것. 이번에는 데뷔전에 나선 이명기를 손쉽게 3구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실점하지 않았다.
투구수가 95개에 달한 가운데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쿠에바스. 선두 변상권의 내야땅볼로 시작은 좋았지만, 서건창의 볼넷, 김혜성의 안타로 이어진 2사 1, 3루 위기서 박동원에게 빗맞은 1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쿠에바스는 4-1로 리드한 8회 2사 1, 3루서 주권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경기를 마쳤다. KT 홈팬들은 더그아웃으로 퇴장하는 쿠에바스에 기립박수를 보냈고, 또 충분히 기립박수를 받을만한 경기였다. 주권이 후속 이용규를 내야땅볼 처리하며 승계주자 2명도 모두 지워졌다.
사실 쿠에바스는 지난 6월 19일 두산전에서 6⅓이닝 6실점 난조로 패전을 당한 뒤 구단으로부터 불펜행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선발 기회를 더 받고 싶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결국 선발진에 잔류해 6월 25일 한화전과 이날 2경기 연속 호투 및 승리로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졌다. 위기의 남자에서 단숨에 효자 외인으로 변신한 것이다.
KT는 쿠에바스의 7이닝 역투에 힘입어 키움을 꺾고 파죽의 7연승을 달렸다. KT의 구단 최다 연승 기록은 9연승. 고지가 머지않았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