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냉전 중이었다” 이제야 밝히는 쿠에바스 반등의 진짜 이유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7.04 07: 04

KT 외국인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반등한 진짜 이유가 밝혀졌다. 불펜행 제안으로 인한 자극이 아닌 감독의 진심 어린 조언에 경기력이 확 바뀌었다.
쿠에바스는 지난 2일 수원 키움전에 선발 등판해 7⅔이닝 4피안타 4볼넷 5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4승(3패)째를 올렸다. 한때 불펜행까지 거론됐을 정도로 입지가 불안했지만, 6월 25일 대전 한화전 5이닝 무실점 강우콜드 완봉승에 이어 2일에도 위력투를 선보이며 반등에 성공했다. 쿠에바스가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건 지난해 10월 28일 KIA전 이후 무려 247일만이었다.
3일 우천취소된 수원 키움전에 앞서 만난 이강철 감독은 "한화전이 끝나고 사실 선수와 냉전 중이었다”는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KT가 한화의 추격을 뿌리치며 4연승을 달렸다. KT는 1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와 홈경기에서 선발 타자 전원 안타 속에 13-11승리르 거뒀다. 강백호가 시즌 5호 홈런 포함 3안타 3타점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최근 4연승을 거둔 KT는 시즌 5승7패를 마크했다. 한화는 5승8패. 경기 종료 후 KT 이강철 감독과 쿠에바스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ksl0919@osen.co.kr

이 감독은 쿠에바스가 6월 19일 두산전에서 6⅓이닝 6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뒤 불펜행을 제안했고, 선수는 이를 고사했다. 그러나 냉전은 이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었다. 이 감독은 쿠에바스가 다양한 구종을 보유하고도 강한 자기 주관으로 비효율적인 투구를 일삼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꾸준함, 진중함과는 거리가 먼 일희일비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령탑의 불편한 심기를 눈치 챈 쿠에바스는 이에 이 감독을 직접 찾아 조언을 구했다. 쿠에바스가 훈련 도중 이 감독에게 “왜 내게 화를 내냐”고 물었고, 이 감독은 “화를 낸 게 아니다. 투수가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선 포커페이스가 필요하다. 그런데 넌 조금만 잘하면 춤을 추는 등 세리머니가 커진다. 네 페이스를 안정시키기 위해 가라앉히려는 의도였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12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플레이오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4회말 2사에서 KT 쿠에바스가 두산 김재환의 땅볼 때 송구 실책을 범하며 출루를 허용하자 마운드를 방문한 이강철 감독이 진정 시키고 있다./sunday@osen.co.kr
그러면서 이 감독은 지난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으로 시간을 돌렸다. 쿠에바스는 당시 8이닝 3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1실점 호투로 팀에게 창단 첫 가을야구 승리를 안겼다. 이 감독은 쿠에바스에 “작년 포스트시즌 두산전 당시 네 눈빛에 놀랐다. 그렇게 진지한 모습은 처음 봤다. 그런 태도로 던지니 긴 이닝을 쭉 갈 수 있었다”라고 마운드에서의 진중한 태도를 거듭 강조했다.
감독과의 면담이 효과를 본 것일까. 약 8개월이 지나 바로 그 때의 눈빛이 다시 나왔다. 쿠에바스는 2일 적재적소에 곁들인 변화구와 매 타자와의 신중한 승부를 통해 5회까지 투구수가 불과 49개인 압도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이 감독은 “생각이 바뀐 걸 느꼈다. 그 동안 리그 수준급의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갖고도 부진하며 걱정이 많았는데 어제(2일)를 계기로 많이 느꼈으면 좋겠다. 어제처럼만 던지면 매 번 퀄리티스타트가 가능하다”라고 흡족해했다.
쿠에바스의 반등과 함께 KT도 7연승 고공 행진을 달리고 있다. 그가 연패는 끊어주고 연승은 이어주는 외국인투수의 면모를 되찾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쿠에바스는 6월 25일 한화전과 7월 2일 승리를 책임지며 7연승 주역으로 거듭났다.
이 감독은 “(불펜행 제안, 태도 변화 요구 모두) 쿠에바스가 싫어서 그랬던 게 아니다.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 그랬다. 구종 자체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올해 재계약한 것”이라며 “쿠에바스 등판 때 연결이 되니 연승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 페이스로만 가준다면 충분히 선발로 역할을 잘해줄 것 같다. (반등에 성공한) 쿠에바스에 고마울 뿐”이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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