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강철 감독은 전날 외국인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돌발 행동을 어떻게 봤을까.
지난 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키움의 시즌 7차전. 키움 공격이었던 3회초 2사 1·2루서 타석에 5번타자 이용규가 들어섰다. 이용규는 데스파이네를 상대로 끈질긴 승부를 펼치며 무려 10구 끝 1루 땅볼로 아웃이 됐다.
그런데 1루로 향하는 이용규를 향해 데스파이네가 갑자기 뒤에서 고함을 질렀다. 이용규는 깜짝 놀라 데스파이네를 향해 돌아섰고 둘은 잠시 신경전을 펼쳤다. 다행히 양 팀 동료들이 뛰어나와 둘을 말리며 큰 싸움으로 번지진 않았다.

5일 수원 키움전을 앞두고 만난 이강철 감독은 “선수들끼리 나올 수 있는 일이다”라며 “내가 보기엔 (이)용규가 2구째 파울을 치고 아쉬워하는 장면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바로 데스파이네 표정을 봤더니 (화가) 올라온 것 같았다. (포수) 장성우도 딱 알았다. 또 파울 이후 계속 승부가 길어지니 이것저것 쌓였을 것”이라고 투수의 마음을 추측해봤다.
그러면서 “사실 어제 데스파이네의 허리가 좋지 않아 처음부터 바꾸려고 했다. 불펜을 준비시키려 했는데 또 위기가 되니 구속이 150km까지 나왔다. 고민이 컸다”며 “아마 힘든 상황에서 (긴 승부로) 더 짜증이 났을 것 같다. 또 반대로 용규는 용규대로 기분이 나뻤을 것이다. 누구 하나를 탓할 수 없다”는 시선을 덧붙였다.
데스파이네의 고함 사건은 3회초로 끝나지 않았다. 3회말 2사 후 조용호 타석 때 키움 선발 한현희가 던진 2구째 직구가 다리로 향해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하기 직전의 상황이 벌어졌다. 데스파이네는 결국 4⅓이닝 1홈런 3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이 감독은 “조용호는 그나마 스쳤다고 해서 다행이다”라고 웃으며 해당 상황을 유쾌하게 넘겼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