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축하 물세례’ 1위팀 사령탑 “추웠지만 연승 루틴이라 OK” [수원 톡톡]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7.05 17: 34

팀의 막내가 인터뷰하는 감독을 향해 정중한 인사와 함께 물세례를 퍼붓는다. 8연승 속 선두 독주 체제를 구축한 KT 위즈의 더그아웃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지난 4일 수원 키움전 12-3 승리를 이끈 이강철 감독은 경기 후 방송사 승장 인터뷰 도중 봉변(?)을 당했다. 막내 김건형을 비롯해 강백호, 송민섭 등으로부터 축하 물세례를 받은 것. 가장 먼저 김건형이 감독을 향해 정중한 인사를 건넨 뒤 물병을 목 뒤쪽에 쏟았고, 뒤이어 강백호도 인사와 함께 왼쪽 어깨, 송민섭은 가슴 쪽에 차례로 물을 뿌렸다. 강백호는 이후 이강철 감독의 어깨에 살포시 수건을 두르고 세리머니를 마쳤다.
5일 수원 키움전에 앞서 만난 이강철 감독은 “뒤로 뭐가 쓱 들어왔다. 시원한 게 아니라 추웠다”며 “사실 선수 때도 물로 축하받은 적은 없었다. 처음이다. 작년 가을야구 확정됐을 때 박경수가 하려다가 멈춘 적이 있었는데 역시 어린 애들은 봐주지 않았다”라고 웃었다.

경기 앞서 KT 이강철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 soul1014@osen.co.kr

[사진] 위즈티비 캡처
사령탑은 최근 8연승 요인으로 여유가 넘치는 선수단 분위기를 꼽았다. 사실 전날 막내들의 워터 세리머니도 웬만큼 분위기가 좋지 않으면 나오기 힘든 장면. 이 감독은 “다들 편하게 야구를 하고 있다. 쫓기고 욕심이 있으면 잡음이 생기는데 다들 잘해주고 있다”며 “난 선수들에게 지금 갖고 있는 것만 유지하자고 말한다. 더 잘하려고 하면 실수가 나오기 때문에 있는 각자의 역할만 잘해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6위로 시즌을 마쳤던 2019년 8연승과는 당연히 기분이 다르다. 이 감독은 “당시는 나부터도 부담이 엄청 컸다”며 “이제 선수들에게 연승 강박관념은 전혀 없다. 이기면 이기는 것이고 지면 진 것이다. 얼굴을 보면 다 알 수 있다. ‘1경기라도 지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이제 없어졌다. 마인드가 다들 좋다”고 흡족해했다.
그리고 알고 보니 전날 물세례도 연승 루틴에서 나온 것이었다. KT는 8연승 기간 인터뷰하는 선수를 향해 매 번 축하 물세례를 진행했다. 이 감독은 “나중에 연승 루틴이란 사실을 들었다. 그래서 괜찮다고 했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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