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물세례+말이 필요 없는 행복” 키움 특급 신인 ‘생애 최고의 하루’ [오!쎈 수원]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7.06 00: 05

2021년 7월 5일은 키움 신인 김휘집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것 같다.
김휘집은 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와의 시즌 8차전에 9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1안타(1홈런) 4타점 활약으로 팀의 15-5 대승에 기여했다.
김휘집은 신일고를 나와 2021 키움 2차 1라운드 9순위 지명을 받은 특급 내야 유망주다. 퓨처스리그서 33경기 타율 .197를 남긴 뒤 지난달 15일 처음 1군에 등록됐고, 데뷔전인 6월 16일 LG전에서 첫 볼넷과 득점, 20일 NC전에서 첫 타점, 그리고 24일 두산전에서 7경기만에 첫 안타를 신고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다음 경기인 25일 KIA전에서는 데뷔 첫 3안타 경기까지 치렀다.

김휘집 / backlight@osen.co.kr

감격의 첫 홈런은 이날 두 번째 타석에서 나왔다. 6-2로 리드한 3회 1사 만루서 만루홈런을 쏘아 올린 것. 2B-2S에서 지난해 신인왕 소형준의 몸쪽 투심(140km)을 제대로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는 그랜드슬램을 터트렸다. 데뷔 첫 홈런을 만루홈런으로 장식한 순간이었다.
1982년 KBO 출범 이래 데뷔 첫 홈런을 만루홈런으로 때려낸 선수는 그 동안 18명이 있었다. 가장 최근 사례는 2018년 10월 4일 KIA 유재신(인천 SK전)으로 약 3년만에 보기 드문 기록이 탄생했다.
이명기, 김병휘 등 또래 선수들의 물세례를 받고 인터뷰실에 들어온 김휘집은 “너무 시원하고 좋다”고 웃으며 “KT가 최근 연승으로 분위기가 좋았는데 격차를 벌리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 너무 행복하고 기분이 좋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홈런은 김휘집의 프로 첫 홈런이자 생애 첫 만루홈런이었다. 김휘집은 “만루홈런은 야구 인생을 통틀어 아예 처음”이라며 “프로에서 첫 홈런은 연습경기에서 쳐봤는데 퓨처스리그에서도 못 쳤기 때문에 오늘이 진짜 첫 홈런이었다. 그래서 느낌이 많이 달랐다. 드디어 쳤다는 마음이었다”라고 행복해했다.
베이스를 돌 때 어떤 기분이었냐고 묻자 “그냥 행복했다 다른 말이 필요 없다”고 생생한 기분을 전했다.
4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KT 위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3회초 1사 만루에서 키움 김휘집이 좌월 만루 홈런을 치고 환호하고 있다. 2021.07.05 /sunday@osen.co.kr
이날 소형준 공략의 비결은 과감한 타격이었다. 김휘집은 “타격코치님이 존 안에 들어오면 공격적으로, 또 과감하게 치는 걸 주문하셨다. 그게 팀의 방향”이라며 “그 동안 좋지 못한 흐름에서는 공격적으로 하지 못했는데 오늘 팀원 모두가 공격적으로 쳤다”고 흐뭇해했다.
지난 6월 25일 KIA전 데뷔 첫 3안타 때와는 기분이 어떻게 달랐을까. 김휘집은 “오늘은 초반에 빨리 홈런을 치고 뒤에 3타석을 못 쳐서 아쉬웠다. 그래도 일단 그날과 이날 모두 이겼기 때문에 너무 좋다. 신인 입장에서 팀이 이기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고 밝게 웃었다.
3회 타석에 앞서 박동원이 3점홈런, 전병우가 1타점 내야안타로 격차를 벌린 것도 심리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김휘집은 “사실 0-3으로 지다가 끝내기 만루홈런을 치면 좋겠지만, 일단 앞에서 (박)동원 선배님이 홈런도 치고 다른 선배님들이 찬스를 만들어줘서 편안한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설 수 있었다”며 “만약 꼭 점수를 내야하는 상황이었다면 압박감이 더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갑자기 김휘집이 취재진을 향해 “이건 꼭 써달라”는 요청을 했다. 3회 수비 도중 자신의 부정확한 송구를 깔끔한 원바운드 캐치로 처리해준 1루수 전병우를 향한 고마움이었다.
김휘집은 “그 송구 이후 큰일이 났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건져줘서 너무 감사하다. 아마 그게 빠졌으면 만루홈런은 없었을 것”이라며 “경기 도중에도 계속 감사하다고 말했지만,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꼭 이 말을 하고 싶었다. 인터뷰를 할 수 있어 다행이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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