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더만 21구→4K 완벽투 비결은? “롯데 시절보다 변화구 제구↑”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7.06 12: 19

변화구 제구 난조에 시달리던 박시영(KT·32)은 어떻게 슬라이더만 21개를 던져 삼진 4개를 잡아낼 수 있었을까.
박시영은 이틀 전 수원 키움전에 구원 등판해 1⅓이닝 4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시즌 3번째 홀드를 수확했다. 6-3으로 앞선 7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서 마운드에 오른 그는 첫 타자 허정협을 8구 끝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뒤 8회 전병우-김휘집-서건창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보내는 위력투를 선보였다. 이날 던진 21개는 놀랍게도 모두 슬라이더였다.
제물고포를 나와 2008년 2차 4라운드 31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박시영은 10년이 넘도록 좀처럼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했다. 43경기 평균자책점 4.23을 남긴 2019년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임팩트를 남기지 못하며 결국 지난해 12월 신본기와 함께 트레이드로 KT맨이 됐다. 롯데 시절 191경기 6승 8패 11홀드 평균자책점 6.18에 그쳤던 그에게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일까.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수원kt위즈파크에서 2021시즌 프로야구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시범경기가 진행됐다.9회초 KT 박시영이 폭투로 실점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ksl0919@osne.co.kr

5일 수원 키움전에 앞서 만난 이강철 감독은 슬라이더 21구에 대해 “벤치 주문은 당연히 아니었다. 그래도 직구를 1개는 던질 줄 알았다”고 웃으며 “그만큼 성공적인 투구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전에는 변화구 제구가 되지 않아 직구만 계속 던졌고, 타자들도 계속 그것만 노리니 힘들었다. 그러나 이젠 제구가 되는 구종을 사용한다. 생각의 변화가 곧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올 시즌 14경기 평균자책점 1.15의 호투 비결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롯데 시절에는 이러한 투구를 하지 못했을까. 역으로 KT에 와서 어떻게 변화구 제구를 잡았을까. 이 감독은 이에 “사실 롯데 시절 승리조로 나오면 강속구에 포크, 슬라이더까지 있어 힘든 승부를 예상했지만 막상 공을 던지면 다 맞았다”며 “이제 우리 팀에 와서 보니 그의 투구 패턴, 마음가짐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그 동안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구위를 갖고 있음에도 계속 직구만 던져 자주 공략을 당했다. 그러나 지금은 직구 사인을 내도 던지지 않을 때가 있다”고 달라진 모습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변화구 제구에 대한 자신감은 곧 직구의 구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타자들은 이제 박시영의 변화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 감독은 “변화구 제구가 될 때 직구를 쓰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 타자들이 삼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수 있다”며 “4일 경기를 보면 직구로 보여줄 타이밍에서도 변화구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 직구를 던지지 않았다. 투수는 강하게 던질 수 있는 구종으로 승부하는 게 가장 좋은 법”이라고 흡족해했다.
10개 구단 최고의 선발진에도 필승조가 자주 과부하에 걸렸던 KT 입장에선 박시영의 가세가 그 어느 때보다 반갑다. 이 감독은 “(박)시영이가 나타난 뒤로 선발 뒤 3이닝을 편하게 갈 수 있게 됐다. 요즘 우리 팀에서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가장 좋은 투수”라고 칭찬하며 “지금 자신감이 제대로 붙은 상태다. 현재 변화구의 떨어지는 속도를 감안한다면 방망이에 좀처럼 맞히기 쉽지가 않을 것”이라고 새 필승조 합류에 반색했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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