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는 올 시즌 선발 라인업 변화가 가장 적은 구단이다.
LG는 5일까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라인업 숫자가 60개 이하였다. 류지현 감독은 5일 한화전에 시즌 59번째 라인업을 선보였는데, 올 시즌 주전이 부진해도 타선 변화가 드물었던 것과 비교하면 가장 파격적인 라인업이었다.
홍창기(중견수) 문보경(1루수) 김현수(지명타자) 채은성(우익수) 오지환(유격수) 유강남(포수) 이재원(좌익수) 이상호(2루수) 손호영(3루수)이 나섰다.

변화가 많았다. 문보경의 2번 타순은 처음이었다. 이날 올 시즌 1군에 처음 콜업된 이재원이 좌익수로 선발 출장했고, 5월말 SSG전에서 황당 끝내기 실책을 기록한 뒤 2군에 내려갔던 손호영도 이날 콜업돼 3루수로 시즌 첫 선발 출장 기회를 잡았다.
개막 라인업과 비교하면 퇴출된 외국인 타자 라모스를 비롯해 김민성, 이형종, 정주현 등 4명이 빠졌다. 이형종과 정주현은 타격 부진으로 이날 2군으로 내려갔다. 주전급인 김민성과 이천웅은 백업 김재성, 김용의, 이영빈과 함께 벤치 대기였다.
LG는 선발 차우찬이 2회 1사 만루 위기에서 교체됐고, 1⅓이닝 5실점을 허용하면서 끌려갔다. 경기 초반부터 한화 투수들이 볼넷을 남발했지만 LG는 1회말 2점을 뽑은 뒤 추가 득점에 애를 먹었다. 2회 2사 만루, 5회 2사 만루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6회 무사 만루 찬스에서 한화 특급 불펜 강재민을 상대로 김현수의 내야 땅볼, 채은성의 희생플라이, 유강남의 적시타로 5-6 턱 밑까지 추격했다. 이어 7회 2사 2루에서 문보경이 동점 적시타를 때리며 강재민을 무너뜨렸다.
그리곤 9회 2사 1루에서 홍창기의 끝내기 2루타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5회까지 2-6으로 뒤진 경기를 후반 집중력을 발휘해 뒤집었고, 주전급 타자들을 4명이나 교체한 라인업으로 승리해 의미있었다.
문보경은 100타석 이상 출장한 LG 타자 중 OPS가 3위(.875)다. 팀내 OPS 1~2위인 채은성(.918)과 홍창기(.914)는 4번과 1번 붙박이다. 김현수(.849)는 3번 고정. 강한 2번을 위해 시즌 초반 라모스를 2번으로 기용했는데, OPS 3위인 문보경이 첫 2번 타순에서 결정적인 동점타를 비롯해 4타수 2안타 1볼넷으로 잘 수행했다. 당분간 문보경 2번 효과가 기대된다.
경기 중 벤치의 선수 기용도 변화가 있었다. 5-6으로 뒤진 7회 1사 후 손호영 타석에 대타를 기용했는데, 이천웅이 아닌 신인 이영빈이었다. 이전까지 대타 1번은 외야수로 선발 출장하지 않는 이천웅 또는 이형종이었다.
그러나 신인 이영빈을 1번 대타로 기용했고, 이영빈은 강재민 상대로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2사 2루에서 문보경의 적시타로 동점 득점을 올려, 대타 성공이었다.
1할대 타율에도 수비력이 좋아 선발 라인업에서 좀처럼 빠지지 않았던 김민성은 이날 9회 3루 대수비로 출장했다. 이천웅도 9회 우익수 대수비로 출장했고, 2사 후 타석 기회가 왔다. 정우람 상대로 7구째 볼넷을 골라 마지막 희망을 살렸고, 홍창기의 극적인 2루타 때 끝내기 득점을 올렸다. 월요일 경기는 연장전이 없어서 9이닝으로 끝난다. 이천웅이 승리 불씨를 키웠다.
류지현 감독은 경기 후 “끝내기 안타로 승리를 견인한 홍창기도 칭찬해야 하지만, 9회말 2아웃 이후에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끝까지 공을 보고 골라낸 이천웅의 볼넷이 가장 큰 승리 요인이었다”고 칭찬했다.
이날 콜업된 2군 홈런왕 이재원은 교체되지 않고 경기 끝까지 뛰며 4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1회 2사 1,2루와 6회 2사 1,2루에서 한 방이 아쉬웠으나 작년과는 달리 유인구를 잘 골라내고 타격 어프로치가 달라진 모습이었다. 어이없는 헛스윙도 없었다. 손호영은 2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고, 3루 수비에서는 타구가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이재원과 손호영이 계속 선발 출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좌익수 자리에 이천웅과 이재원, 3루수에 김민성과 손호영, 2루 자리에 이상호와 이영빈이 내부 경쟁 구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는 있다. LG가 라인업 변화로 공격력 상승 효과가 이어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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