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화수분야구의 한계 속 7위라는 낯선 순위에 있어서 그런 것일까. 이적 후 잠실을 처음 찾은 옛 선수들을 향한 두산 팬들의 박수가 유독 씁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산은 지난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시즌 6번째 맞대결에서 반가운 손님을 맞이했다. 2007년 두산 1차 지명 이후 원클럽맨으로 활약하다가 지난 5월 NC와 3+1년 최대 27억원에 FA 계약한 이용찬이 이적 후 처음으로 잠실구장을 방문한 것.
경기 전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두산 코칭스태프, 동료들과 반갑게 해후한 그는 7-2로 앞선 7회말 2사 1, 3루서 4번째 투수로 등판해 1⅓이닝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사실 첫 타자 상대에 앞서 두산 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려 했지만, 위기 상황 속 이를 잊어버렸고, 결국 8회 마운드에 올라 1루 관중석, 중앙 본부석을 향해 모자를 벗고 차례로 인사하며 옛 팬들을 향한 예우를 표했다.
![[사진] 좌측부터 최주환-오재일-이용찬](https://file.osen.co.kr/article/2021/07/07/202107070205770681_60e48d90c5064.jpg)
이에 두산 팬들은 박수로 이용찬을 환영했고, 동시에 그의 밝은 앞날을 기원했다. 7회 이용찬이 인사를 잊어버렸어도 두산 팬들은 3루 불펜에서 이용찬이 걸어 나오는 순간부터 박수를 보냈다.
두산 팬들이 팀을 떠난 FA 선수들의 인사에 박수로 화답하는 건 이번이 올해로 벌써 3번째. 2020시즌이 끝나고 SSG로 향한 최주환이 지난달 4일 1회초 첫 타석에 들어서기 전 헬멧을 벗고 1루와 중앙 관중석을 향해 차례로 고개를 숙였고, 삼성맨이 된 오재일은 6월 15일 잠실에서 역시 헬멧을 벗고 인사하며 그 동안 두산 팬들에게 받은 사랑에 고마움을 표했다. 대체 두산 팬들은 왜 3번씩이나 떠난 자들을 향해 박수를 쳐야했던 것일까.

두산의 이번 스토브리그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쁘고 치열했다. 모기업 사정이 어려운 가운데 무려 7명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으며 이들을 향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기 때문. 결국 7명을 모두 잔류시킬 순 없었다. 허경민(4+3년 85억원), 김재호(3년 25억원), 정수빈(6년 56억원), 유희관(1년 10억원)은 단속에 성공했지만, 최주환(SSG), 오재일(삼성), 이용찬(NC)과의 인연은 2020년이 마지막이었다.
매년 전력 유출 속에서도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김태형 감독. 그러나 올해는 떠난 이들의 공백이 좀처럼 메워지지 않고 있다. FA 시장에서 구단 역사상 유례없는 176억원이란 거액을 투자했지만, 시즌 반환점을 갓 통과한 현재 성적은 73경기 35승 38패 7위로 실망스럽다.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으로 유명한 김태형 감독마저 최근 인터뷰에서 “확실히 이전보다 힘이 떨어진 것 같다”며 전력 약화에 우려를 표했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큰돈을 받고 잔류한 정수빈, 유희관, 김재호 등이 첫해부터 ‘먹튀 논란’에 시달리고 있고, 보상 선수, 트레이드 선수, 어린 선수 위주로 구성된 타선은 결정적 순간 한방이 부족하다. 클러치 능력이 있는 최주환, 오재일이 그리운 순간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용찬마저 이날 시속 150km의 강속구와 함께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토종 선발, 불펜이 약해진 두산 마운드의 씁쓸한 현실이 떠올랐다. 야속하게도 이용찬의 공을 받은 포수마저 양의지였다.
그러나 결국 떠난 자는 떠난 자고, 남은 자들과 함께 어떻게든 지금의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 다행히 두산은 현재 에이스 워커 로켓, 셋업맨 박치국, 마무리 김강률의 부상 속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다시 말해 후반기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이 곳곳에 있다는 의미다. 김태형 감독은 “투수들이 후반기 정상적으로 돌아온다고 하면 충분히 위를 보면서 나아갈 수 전력이 된다. 또 그렇게 준비해서 할 것”이라며 올림픽 휴식기 이후 대약진을 예고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