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km' 건강한 킹험은 남부럽지 않다, 방출 위기서 생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7.08 11: 35

"아프지만 않으면 무조건 잘할 투수다."
지난해 SK(현 SSG)에서 팔꿈치 부상으로 2경기 만에 방출된 닉 킹험(29)이 한화와 계약하며 KBO리그에 돌아왔을 때 누구도 실력을 의심하진 않았다. 구단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킹험이 가진 기량 자체는 KBO리그에서 통할 실력으로 인정했다. 196cm 큰 키에서 내리꽂는 150km 안팎의 강속구와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변화구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던질 수 있는 다양성이 높이 평가됐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린 내구성이 물음표로 붙었다. 한화가 킹험을 영입할 때도 실력보다 건강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 시즌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우려대로 광배근 부상 때문에 한 달가량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기대대로 건강할 때는 남부럽지 않은 투구를 한다. 

한화 킹험이 파울 플라이를 처리한 노시환에게 손짓하고 있다. /sunday@osen.co.kr

7일 대전 KIA전에서 킹험은 6이닝 2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호투했다. 광배근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이었던 지난 5월19일 대전 롯데전 이후 49일만의 퀄리티 스타트. 한화 타선이 KIA 선발 임기영에게 무득점으로 막히면서 승리는 거두지 못했지만 시즌 평균자책점을 4.03에서 3.66으로 낮췄다. 1경기 이상 선발등판한 한화 투수 12명 중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 50이닝 이상 소화한 리그 전체 투수 39명 중 WHIP 4위(1.12), 피안타율 3위(.211), 피출루율 2위(.280)로 정상급이다. 
복귀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24일 대구 삼성전 2이닝 46구에 이어 30일 대전 두산전 4이닝 67구로 개수를 늘린 킹험은 이날도 최대 85구로 투구수 제한이 설정됐다. 경기 전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정해진 투구수 내에 5이닝을 넘겼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는데 킹험의 투구는 그 이상이었다. 
1회초 한화 선발 킹험이 역투를 하고 있다. /cej@osen.co.kr
1회 안타, 볼넷을 1개씩 내주며 27개의 공으로 힘을 뺐지만 2회부터 효율적인 투구를 시작했다. 2회 류지혁을 각도 큰 커브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한승택을 빠른 직구로 루킹 삼진을 잡았다. 4회에는 프레스턴 터커에게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던져 헛스윙 삼진을 뺏어냈다. 여세를 몰아 5회에는 한승택을 체인지업으로 루킹 삼진, 박찬호를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잡고 삼자범퇴했다.
5회까지 투구수 83개. 한계 투구수에 임박했지만 6회에도 올라온 킹험은 최원준, 김선빈, 김태진으로 이어진 KIA 1~3번 상위 타선을 공 10개로 가볍게 삼자범퇴했다. 93개의 공으로 임무 완료. 최고 149km 직구(45개) 외에 커브(20개) 체인지업(18개) 슬라이더(10개) 등 모든 구종을 결정구로 활용한 다양성이 빛났다. 변화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64.6%로 직구(57.8%)보다 효과적이었다.
킹험은 부상 이탈 전까지 4승3패 평균자책점 3.77로 준수한 성적을 냈다. 8경기 중 5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하며 안정감을 보였지만 광배근 부상 탓에 34일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킹험이 빠진 뒤 한화는 불펜 필승조 윤대경을 선발로 전환했고, 이로 인해 불펜이 헐거워지는 등 연쇄 작용으로 흔들렸다. 
한화 선발 킹험이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그 사이 한화는 순위표 맨 아래로 떨어졌고, 킹험의 입지도 불안해졌다. 100만 달러를 투자한 타자 라이온 힐리를 방출하고 대체 선수로 에르난 페레즈를 영입한 한화는 외국인 교체 카드가 한 장 더 남아있다. 리빌딩 시즌이지만 승리를 포기한 건 아니다. 방출설이 흘러나오던 상황에서 살아난 킹험이 남은 시즌 끝까지 생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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