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을 듣겠다고 사직구장을 찾았다.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부산시의 ‘무늬만 체육 행정’에 혀를 찰 뿐이다.
롯데는 지난 6~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LG 트윈스와 정규시즌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이틀 연속 우천 취소가 됐다. 모두 추후 재편성 예정.
어차피 그라운드는 장대비에 흥건히 적셔지며 경기를 치를 수 없는 환경이었다. 여기에 취재진 및 중계방송 관계자들도 경기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지난 1985년 지어진 부산 사직구장. 낙후된 시설에 야구장 자체는 물론, 시설 곳곳에서 ‘살려달라’는 아우성이 이어지고 있다. 바퀴벌레, 들쥐, 들고양이 등이 출몰하는 것은 기본. 장마철만 되면 곳곳에 비가 새서 물을 퍼나르기 바쁘다. 지난 6~7일 역시 마찬가지, 사직구장 4층에 위치한 기자실과 중계방송 부스 복도에는 물이 흥건했다.
특히 중계방송 부스는 대용량 물통을 놓지 않으면 빗물이 새는 것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빗물이 샜다. 장마철마다 구단 관계자를 비롯해 중계방송 관계자들은 야구 뿐만 아니라 빗물까지 신경써야 했다. 이런 곳이 21세기, KBO리그가 진행되는 야구장이다.
부산시의 체육 행정은 언제나 뒤쳐졌다. 지난달 KT 소닉붐 농구단의 수원 연고이전을 넋놓고 바라봐야 했다. 선거철만 되면 사직구장 리모델링 및 신구장 건설에 대한 의제가 떠오르긴 했지만 선거용 공약에 불과했다.
당선이 된 뒤에는 ‘나몰라라’가 일상이었다. 부산시와 체육시설관리공단은 언제나 사직구장 문제와 관련해 고압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관리 주체인 부산시의 태도는 안하무인이었다.

또한 낙후된 사직구장 리모델링 과정에서는 롯데 구단의 기부채납을 받았다. 지자체의 지원은 전무했다. 올해 백스톱 거리 단축 및 원정 라커룸 리모델링에 4억원을 지원했지만 생색을 내는 수준이었다. 사직구장과 관련해서 부산시와 관리 주체인 시설관리공단은 할 말이 없다. 비가 새는데도 외면할 뿐이다.
지난달 23일, KT 농구단이 떠나고 부산시는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 및 부산 아이파크 축구단 등 부산 연고 프로구단들의 고충을 듣는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당시 부산시는 “그동안 시가 프로구단의 애로사항을 청취한 적이 없었다.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구단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사직구장 근처를 ‘스포츠 클러스터’로 조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하며 조만간 종합계획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부산시는 소식이 없다. 지난 공청회 자리도 ‘보여주기’식일 뿐이었다는 것이 다시 확인이 됐다. 정권이 바뀌어도, 여야 관계 없이 사직구장과 관련된 논의는 언제나 뒷전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했다. 비가 새는 사직구장에도 롯데 구단은 전전긍긍이고 부산시는 여전히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