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더 뉴 K9, “난, 눈치 안 본다” 플래그십의 자유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1.07.08 16: 47

 계구우후(鷄口牛後)다. 소의 꼬리보다는 닭의 머리가 낫다. 조직 생활을 해 본 사람은 안다. 둘 사이엔 결정적 차이가 있다는 것을. 
한 브랜드의 플래그십은 충분한 자유를 누린다. 대신 브랜드를 이끌어야 하는 책임을 얻는다.
기아의 플래그십 세단 K9은 자유롭다.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최신 기술을 양껏 취할 수 있고, 새로운 디자인 실험에도 거리낌이 없다. K9의 마이너 체인지 ‘더 뉴 K9(The new K9)’은 이런 여건 아래서 탄생했다. 더 뉴 K9의 개발 철학이 “지금의 성공에 멈추지 않고, 계속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는 이 시대 리더들을 위한 차”로 정리되는 이유다.

‘더 뉴 K9’은 2018년 4월 2세대 풀체인지 이후 3년만에 선보이는 새 모델이다. 마이너 체인지이지만 디자인 변화는 크다. 앞 모습은 2세대의 인상만 남아 있을 뿐, 뒷모습은 전작의 티가 아예 없다.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은 전작에 비해 눈에 띄게 커졌다. 이전 모델이 오밀조밀한 맛이 있었다면 신 모델은 시원시원한 맛이 있다. 입은 크고 눈은 뚜렷해졌다. 동양미인이 서구화되는 과정을 연상시킨다. 디자인 방향성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실천하기 어려운 시도다.
후면도 마찬가지다. 좌우 후미등을 하나의 선으로 연결하는 게 트렌드이기는 한데, ‘더 뉴 K9’은 과단성을 보탰다. 망설임 없이 시원하게 한 줄을 그었다. 보편적 타당성 보다는 주체적 리더십을 높이 산 선택이다.
일반적으로 과단성은 호불호를 부른다. ‘더 뉴 K9’은 강력한 리더십을 위해 ‘불호’도 과감히 안고 가기로 한 듯하다.
‘더 뉴 K9’의 디자인은 ‘럭셔리’도 외친다. 그렇다고 부담스러울 정도의 초호화 럭셔리는 아니다. 이 경우에 딱 맞는 수식어가 있기는 하다. ‘모던 럭셔리’다. 헌데 이 또한 진부한지라 그냥 ‘럭셔리’만 기억하기로 했다.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만난 ‘더 뉴 K9’은 ‘강해진 존재감’으로 다가왔다. 몇몇 디테일에는 기시감도 있지만 그들이 빚어낸 객체엔 생기가 돌았다.
주행 기술엔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PGS)’이라는 첨단 기능이 들어갔다. 전방 상황을 예측해 미리 변속기를 알아서 조절해 준다. 앞길이 탁 틔었으니 알아서 속도를 높여주는 건 아니다. 속도를 줄여야 할 상황을 미리 예측해 대응하는 기술이다.
변속기를 저단으로 내리면 엔진 브레이크가 걸려 속도를 줄일 수 있다는 원리를 이용했다. 운전자가 풋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차는 알아서 속도를 줄이는 효과를 얻는다.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운전자는 주행 모드를 ‘스마트’에 둬야 한다. 스포츠나 컴포트, 에코 모드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상황도 아니어야 한다.
변속 시점을 판단할 정보는 다양한 경로에서 얻는다. 내비게이션의 정밀 지도에서 감속 지점 정보를 얻는다. 차량 전방의 레이더와 카메라로 전방 상황을 감지하기도 한다.
PGS가 작동하는 상황을 보자. 내비게이션 정보로 전방에 커브길이 예측되면 차는 커브길에 진입하기 전에 미리 저단으로 변속해 엔진 브레이크를 작동시킨다. 잠시 뒤 코너를 탈출할 때는 높은 토크를 낼 수 있는 상황이 된다.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기능이 어떻게 작동하는 지 테스트해 봤다.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톨게이트로 향하는 커브 길이 예시에 나오는 그 조건이다. 최대한 브레이크를 자제하고 움직임을 차에 맡겨 봤다. 차는 안정적으로 속도를 줄이고 있었다. 가속 페달도 밟지 않았으니 속도가 줄면서 저단 변속이 들어갔는지, 차가 먼저 저단 변속을 했기 때문에 감속이 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감속이 일어나는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아는 PGS가 작동하는 몇 가지 상황을 예시로 제시했다.
차가 내리막길을 타력으로 주행할 때 가속도가 생기는 걸 막기 위해 자동으로 엔진브레이크를 작동시킨다. 이 경우도 내비게이션 지도 정보를 사용한다.
전방에 주행하는 차량의 속도가 내 차 보다 느릴 경우에도 감속을 위해 엔진브레이크가 작동한다. 이 때는 차에 장착된 레이더와 카메라가 수집한 정보가 구실을 한다.
고속도로 본선에 진입할 시점에도 다운 시프트가 이뤄진다. 높은 토크를 발생시켜 차량의 가속이 쉽도록 한다.
과속 카메라 단속 지점이 다가오는데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넘겨 타력 주행을 하고 있을 때, 과속 방지턱이 설치된 지점을 감속없이 접근하고 있을 때, 회전교차로 통과를 앞두고 있을 때도 PGS가 작동한다.
똑똑한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PGS)’도 디테일에는 역시 기시감이 있다. 그래도 이 기능을 ‘세계 최초’라 할 수 있는 것은 일종의 실용신안권이다. 개별적으로는 이미 나와 있는 기술일 지라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하나의 시스템을 만든 것은 분명 새로운 진화다.
디자인은 ‘럭셔리’라 강조했지만, 주행 성능은 ‘스마트’에 가까이 가 있었다.
스마트한 기능은 예상 외로 많았다. 
우선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보자. 수입차 등 고가의 프리미엄 차급에 일부 적용된 기능이다.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정보가 과속 방지턱을 발견했을 때 다리의 오금처럼 차가 미리 서스펜션을 조정해 준다. 과속 방지턱을 넘어갈 때의 충격을 서스펜션이 능동적으로 흡수하기 때문에 운전자가 받을 충격은 크게 감쇄된다. 
기아에서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적용된 차는 ‘더 뉴 K9’이 최초다. 계구우후(鷄口牛後)가 진리가 되는 지점이다. 상위 클래스 눈치를 보지 않는 플래그십이기 때문에 경쟁 차종이 감히 시도 못하는 장기를 슬쩍 집어넣었다. 
그런데 이런 게 한둘이 아니다. 
다중 충돌방지 자동 제동 시스템(MCB)도 차급을 뛰어넘는 자랑거리다. 차가 정면 또는 측면 충돌로 에어백이 터졌을 때 자동 제동 기능이 작동해 다중 충돌 위험을 방지하는 기술이다. 시속 180km이하에서 에어백이나 프레텐셔너가 작동했는데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있지 않다면 MCB가 즉각적으로 개입해 브레이크를 가동한다.
스마트폰에서 흔히 쓰이는 지문 인증 시스템도 ‘더 뉴 K9’에 들어왔다. K9의 운전대 옆 주유구 버튼 위쪽에는 지문인식기가 있다. 여기를 통해 지문을 운전자 프로필에 등록시켜 놓으면 말 그대로 ‘스마트’한 경험을 하게 된다. 
스마트키 없이 지문인식 만으로 시동을 걸 수 있고, 비밀번호 입력 없이 발레모드를 해제할 수 있다. 전자 결제인 기아 페이(KIA PAY)도 지문인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14.5인치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은 실 도로 영상 위에 화살표로 진행 방향을 표시해 준다. ‘필기 인식 통합 컨트롤러’는 손글씨로 키보드 입력을 대신할 수 있다. 프리미엄 급에 있던 기능이지만 기아에서는 ‘더 뉴 K9’에 처음으로 들어갔다.
이더넷 고속 통신을 활용해 내비게이션 정보, 클러스터 데이터, 헤드업 디스플레이 데이터를 무선 업데이트 하는 기능은 동급 최초로 ‘더 뉴 K9’에 도입됐다.
원격 스마트 주차보조(RSPA)는 직각 주차, 평형주차, 출차 기능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똑똑해졌는데, 이 또한 기아 최초로 ‘더 뉴 K9’에 들어갔다. 하이빔을 켠 상태로 운전을 해도 반대쪽 차량이나 전방 차량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빛의 조사 범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지능형 헤드램프(IFS)도 기아에서는 더 뉴 K9에서만 누릴 수 있다.
고속도로 주행보조2(HDA2)에는 못 보던 재주도 부린다. 고속도로에서 방향지시등만 켜면 차로를 알아서 안전하게 바꿔주는 기능은 제네시스 차종에서 경험한 바 있다. 그런데 더 뉴 K9은 여기에 더해 ‘차로 내 편향 주행’도 한다. 시속 60km 이상의 속도에서 옆 차로를 달리던 차가 내 차 쪽으로 가까이 오는 낌새가 보일 때, 이 기능이 작동한다. 더 뉴 K9은 내 차로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옆 차와 거리를 둘 수 있게 조향을 한다. 차가 알아서 한다. 
플래그십의 면모는 차체 크기에서도 확인된다. 더 뉴 K9은 전장이 5,140mm, 휠베이스가 3,105mm, 트렁크 용량이 470리터다. 경쟁 가격대의 제네시스 G80가 전장 4,995mm, 휠베이스 3,010mm, 트렁크 용량 424리터임을 감안하면 플래그십의 자유로움은 꽤 가치가 크다.
‘자유로움’의 대가는 책임이다. ‘더 뉴 K9’의 어깨엔 기아의 맏형이 져야할 책임이 얹혀 있다. 맏형이 눈치보고 있으면 동생들이 불안하다. ‘더 뉴 K9’이 이번 변화의 과정에서 보여준 과단성 있는 리더십은 아우들에게 자긍심으로 작동할 듯하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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