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계속 나가는데 타율이 안 나오네요.”
두산 김태형 감독은 지난 8일 열릴 예정이었던 NC와의 시즌 8차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주전 2루수 강승호의 길어지는 부진에 우려를 표했다.
강승호는 시즌에 앞서 SSG로 향한 최주환의 FA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지명 당시 과거 음주운전으로 받은 KBO 90경기 출전정지 징계가 26경기 남은 상태였지만, 두산은 한 달의 공백을 감수하면서까지 영입을 결정했다. 강승호를 향한 기대가 그만큼 남달랐다. 여기에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부터 일찌감치 강승호를 주전 2루수로 낙점한 가운데 시즌 플랜을 세웠다.

복귀전은 화려했다. 징계로 인해 4월 한 달간 퓨처스리그도 못 뛰고 4차례의 재활군 연습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5월 6일 LG전에 선발 출전해 첫 타석부터 좌완 특급 앤드류 수아레즈의 초구에 좌중월 대형 솔로홈런을 터트렸다. 최주환이 떠나고 오재원으로는 역부족인 두산 2루에 새 주인이 마침내 등장하는 듯 했다. 그것도 외부 투자가 아닌 보상선수로 말이다.
그러나 복귀전 강한 임팩트와 달리 시즌 성적은 실망의 연속이다. 복귀 후 타율이 줄곧 2할대 초반에 머무르며 올 시즌 47경기를 치른 현재 타율 .227 2홈런 15타점 OPS .601의 부진을 겪고 있다. 5월 타율 .220에 이어 6월에는 .213로 타격감이 더욱 떨어졌다. 90경기 출전정지 징계로 인한 실전감각 하락을 우려한 두산은 강승호에게 유독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효과는 크지 않다.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강승호를 마땅히 대체할만한 자원이 없다는 것이다. 베테랑 오재원이 40경기 타율 .176의 극심한 부진을 겪는 중이며, 또 다른 보상선수 박계범이 종종 2루로 나와 안재석과 키스톤콤비 호흡을 맞추지만, 역시 임팩트는 부족하다. 박계범은 강승호처럼 한방이 있는 유형의 타자는 아니다. 김 감독이 “강승호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줘야 팀이 나아질 수 있다”고 강조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래도 7월 들어 조금씩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다. 7월의 첫날 한화를 만나 4타수 2안타 1타점 3득점으로 활약한 뒤 6일 NC전에서도 멀티히트를 치며 7월 4경기 타율 .364 1타점으로 향후 희망을 제시했다.
여기에 선수 또한 팀 내 자신의 위치와 기대치를 인지하고 평소보다 더 많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 감독은 “타율이 안 나오는 부분을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지만, 현재 타격코치와 함께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조금 더 지켜보겠다”고 보상선수 신화를 간절히 기원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