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다 콜업" 강제 데뷔 19살 포수 권혁경, 영봉 대반전 [오!쎈 광주]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21.07.11 22: 24

"저녁 먹다 콜업 전화 받았다".
지난 10일부터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는 긴박한 상황들이 잇따라 일어났다. 선수단은 갑자기 두산 1군에서 확진선수 2명이 나와 졸지에 선별진료소를 찾아 PCR 검사를 받아야했다. 지난 4~5일 해당 선수와 경기하면서 접촉을 했기 때문이었다.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11일은 초비상이 걸렸다. 포수 마스크를 분담하며 썼던 한승택과 김민식이 밀집접촉자로 분류된 것이다. 한승택은 5일 광주의 한 식당을 찾았는데 하필이면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다는 통보를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엔트리에서 빠졌고, 고졸 신인포수 권혁경이 콜업을 받았다. 권혁경은 집에서 점심 식사를 하다 콜업 전화를 받았다. 

KIA 신인 권혁경이 11일 KT 위즈와의 광주경기에서 포수 마스크를 쓰고 데뷔전을 치렀다./KIA 타이거즈 제공

그래도 김민식이 있었고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넣었다. 그런데 보건당국에서 청천벽력과 같은 전화가 왔다. 타석에 들어선 두산의 확진자(타자)와 접촉이 있어 밀접접촉자로 분류한다는 통보였다. KIA는 비상상황이 됐다. KBO에 사실을 알렸고 경기지연개시를 선언했다. 
졸지에 주전포수 2명이 사라지는 긴급 상황이었다. 경기자체가 취소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논의 끝에 30분 지연하기로 했다. 결국 2군에 내려간 이정훈을 긴급 콜업을 했다. 이정훈은 집에서 휴식을 취하다  야구장으로 급하게 왔다. 이정훈이 몸을 풀지 못해 선발마스크는 권혁경이 맡기로 결정했다. 
권혁경은 말 그대로 '강제데뷔전'이었다. 올해 퓨처스 팀에서 38경기에 뛰면서 타율 3할2리를 기록 중이었다. 갑자기 콜업을 받았으니 두근두근 했을 것이다. 신인고 출신으로 2차 4번으로 지명을 받았다. 187cm-94kg 듬직한 체구로 차세대 포수 수업을 받고 있었다. 
상기된 표정이었지만 권혁경은 안방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1회초 상대 1루주자의 도루를 벼락 송구를 잡아내며 기세를 올렸다. 이의리와 사인이 맞지 않는 장면이 있었지만 안방을 굳건하게 지켰다. 6회부터는 박진태, 장현식에 이어 마무리 정해영을 볼을 모두 받아내며 데뷔전에서 영봉승을 낚았다. 
대신 타석에서는 KT 에이스 데스파이네에게 굴욕을 맛봤다. 변화구에 번번히 헛스윙하며 3연속 삼진을 당했다. 1군의 높은 벽을 느꼈다. 코로나19가 아픔을 안겨주었지만, 권혁경에게는 잊지못할 데뷔전을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인생은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 지 아무도 모른다. 
권혁경은 경기후 "집에서 식사하던 중 콜업 전화를 받았다. 갑자기 연락 받아서 깜짝 놀랐다. 이렇게 갑자기 콜업될거라 꿈에도 생각 못했다. 전화 받고 경기장에 나오는 순간까지도 긴장됐는데, 막상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오니까 덤덤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과 코치님들도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믿어주셨고, 투수가 친한 입단 동기인 의리였어서 마음이 편했던 것도 경기를 치르는 데 도움된 것 같다. 다만 타석에서는 첫경기부터 결과를 내고 싶어서 욕심을 부렸던 게 개인적으론 아쉽다"며 웃었다. 
마지악으로 "아직 저는 경험이 없는 신인이다. 무엇을 해도 괜찮은 자리다. 많은 경기에 나가면서 자신 있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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