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두산도 모두 피해자…그러나 이들을 향한 곱지 못한 시선 [오!쎈 이슈]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7.13 05: 33

사실 냉정히 살펴보면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도 코로나19라는 역병의 피해자다. 지금은 마스크를 잘 껴도 언제 어떻게 바이러스에 걸릴지 모르는 ‘뉴노멀’ 시대다. 그럼에도 두 구단을 향한 시선이 곱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을 지난 8일로 돌려보자. 당시 잠실 두산전을 위해 서울의 한 호텔에 머물던 NC는 투숙객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선수단 전원이 PCR 검사를 받았고, 이튿날 1군 내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여기에 NC와 6~7일 잠실에서 맞대결한 두산도 코로나19 검사 결과 2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NC도 재검 결과 1명의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 그 동안 코로나19의 창궐에 맞선 청정지역이었던 KBO 1군에 무려 5명의 확진자가 나타난 것이다.
NC발 코로나19 공포는 KBO리그 전체를 뒤엎었다. 두산 확진뿐만 아니라 앞서 주말 두산과 경기했던 KIA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며 10일 광주(KIA-KT) 경기가 취소됐고, 이후 포수 2명과 내야수 1명이 밀접접족자로 분류되며 강제 자가격리에 돌입했다. KIA는 11일 KT전에 앞서 계획에 없던 신인 포수 권혁경을 주전으로 쓰는 해프닝까지 겪었다.

결국 리그 내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에 12일 10개 구단이 참여한 긴급 이사회가 개최됐고, KBO는 “1군 선수 확진 및 밀접접촉에 따른 자가격리 대상자 비율이 각각 68%인 두산과 64%인 NC의 정상적인 경기 진행이 어렵고 타 팀의 잔여경기 역시 형평성 문제로 개최가 어렵다”며 “최근 전 사회적으로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어 방역 당국의 감염병 확산 방지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위해 잔여 경기 순연을 결정했다”고 초유의 리그 중단을 발표했다.
사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연일 1000명을 돌파하고 있는 시기에 리그 중단은 어떻게 보면 옳은 결정일 수 있다. 어차피 올림픽 휴식기까지 각 팀 당 6경기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고, 밀접접촉자가 넘쳐나는 가운데 굳이 리그를 강행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야구장 관계자들이 방역및 세척을 하고 있다. /youngrae@osen.co.kr
하지만 KBO에는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미리 만들어놓은 매뉴얼이란 게 있었다. 매뉴얼을 보면 역학조사 결과 구단 내 밀접접촉자 발생 시 ‘인원수와 상관없이 구단 대체 선수들을 투입해 리그 일정을 정상 진행’이라고 명시돼있다. 물론 엔트리 등록 미달 등 구단 운영이 불가하거나 리그 정상 진행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긴급 실행위 및 이사회 요청을 통해 리그 중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KBO는 현 상황을 리그 정상 진행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고 판단해 중단을 결정했을 터. 그러나 이 결정으로 매뉴얼은 순식간에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NC와 두산을 비롯해 과반수 구단이 리그의 방역, 안위보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치우쳐 리그 중단을 주장했다. 래리 서튼 감독이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사령탑 없이 경기를 치른 롯데와 코칭스태프의 확진 속에서도 경기를 치렀던 KT만 쉽게 말해 바보가 됐다. 규정을 지킨 구단만 손해를 본 꼴이다.
두 구단의 확진자 발생 이후 대응도 아쉬웠다. KT는 코칭스태프의 코로나19 확진 직후 수장인 이강철 감독이 직접 고개를 숙이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NC와 두산은 일련의 과정에서 침묵을 유지하다가 리그 중단이 발표된 뒤에야 짧은 사과문을 배포했다. 두산의 “지금까지 방역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노력에 부족한 부분이 없었는지 세심하게 살펴보겠다”는 문장은 진심을 담은 사과가 맞나 의구심이 든다. 아울러, 두산은 이에 앞서 12일 오후 공식 SNS를 통해 구단 이벤트 당첨자를 발표했다가 빈축을 샀다. 해당 게시물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결국 일련의 사태가 리그 중단으로 귀결됐다. KBO 이사회를 통해 결정이 난 사안이니 당위성마저 생겼다. 그러나 초유의 중단 사태까지 오는 과정에서 NC와 두산의 대응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들도 코로나19의 피해자이기에 충분히 위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해관계가 개입되며 코로나19의 감염 원인, 방역 수칙 위반 여부, 리그의 안위 등 본질에 충실하지 못했다. 이들을 향한 시선이 곱지 못한 이유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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