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정한 메뉴얼을 스스로 뒤집었다. 시즌을 앞두고 정한 매뉴얼과 원칙을 뒤집으면서 리그 중단을 선언했다. 리그 중단을 넘어서 이제는 리그 공멸을 논해도 이상하지 않다. 리그 중단을 결정한 KBO리그 10개 구단은 ‘공멸’로 향하는 버튼을 눌렀다
KBO는 12일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고 리그 중단을 선언했다. 3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KBO는 “1군 선수의 확진 및 밀접 접촉에 따른 자가격리 대상자 비율이 각각 68%인 두산(확진 선수 2명, 자가격리 대상 선수 17명, 코칭스태프 14명)과 64%인 NC(확진 선수 3명, 자가격리 대상 선수 15명, 코칭스태프 10명)의 정상적인 경기 진행이 어렵고 타 팀의 잔여경기 역시 형평성 문제로 개최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라면서 “최근 전 사회적으로 코로나 19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어 방역 당국의 감염병 확산 방지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위해 잔여 경기 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일 1000명 대의 확진자가 나오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엄중하긴 하지만 ‘중단 없는 정규시즌 완주’라는 목표는 이제 없는 일이 됐다. 확진자가 나오고 자가격리 대상자가 대거 나온 상황. 기존의 리그 매뉴얼은 확진자가 나와도 리그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행위원회와 이사회를 통해서 기존의 매뉴얼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그리고 그들은 새로운 매뉴얼을 들고 나왔다.
![[사진] OSEN DB](https://file.osen.co.kr/article/2021/07/13/202107130333775004_60ec8ddd8060b.jpg)
새 매뉴얼에는 “향후 구단 당 1군 엔트리 기준 선수(코칭스태프 제외) 50% 이상이 확진 및 자가격리 대상자가 될 경우 2주 간 해당 경기를 순연하기로 했다”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초유의 리그 중단의 이유를 제공한 두 구단들은 지난 8일부터 방역을 핑계로 경기를 치르지 않고 한 달여의 휴식을 취하고 아무런 타격 없이 올림픽 휴식기 이후를 기약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향후 코로나19 시국이 잠잠해진다는 기약이 없다. 이번과 같은 상황이 재발할 수도 있다. 이제 해당 구단만 경기를 치르지 않고 이후 2주 뒤 홀로 지옥의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KBO는 실행위원회를 열어 리그 중단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기존의 매뉴얼을 뒤집은 ‘형평성’ 논란은 오히려 새로운 매뉴얼에 적용이 된다. '공정한' 리그는 없다. 혜택이자 편의 봐주기가 명백하다.
NC와 두산의 확진자 발생 그리고 미흡한 대처가 이번 사태의 시작이었다. 여기에 더해, 리그 중단으로 드러난 것은 두 구단들은 확진자를 핑계로 그리고 리그 중단에 동의한 구단들의 이기주의다.
일단 NC와 두산은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들로 인해 정상적인 시즌 진행이 어렵다는 사실을 주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 다른 구단들은 코로나 시국의 엄중함과 방역을 이유로 뒤에 숨었다. 저마다의 이유를 들어서 리그 중단에 동의했다. 부상자 복귀, 새 외국인 선수의 합류 등이 걸려 있었을 터. 그리고 무관중 혹은 20~30%의 관중 입장만 되는 상황에서 경기를 치르면 치를 수록 적자 폭이 커지는 구단들의 주머니 사정도 리그 중단에 표를 던진 이유 중 하나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이기주의는 애초에 모두가 동의하고 팬들과의 약속과도 같은 매뉴얼을 뒤집을 정도로 중요했을까. 당장의 어려움을 모면하기 위해 리그 중단을 할 경우 돌아올 팬들의 비난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을까.

수도권의 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가 적용되면서 오후 6시 이후의 일상이 모두 스톱된 상황. 무관중일지라도 6시 30분에 시작하는 야구 중계를 통해 야구 팬들과의 접점을 새롭게 찾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 또한 코로나 시국과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 발생에도 타격 없이 리그는 진행이 될 수 있다는 건전하고 굳건한 프로리그의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회를 모두 10개 구단과 KBO는 스스로 걷어찼다. 그들만의 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KBO리그가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팬들이 있어야 프로야구도 존재한다’라는 명제는 허울 뿐이었다는 것을 증명한 꼴이다.
갈수록 야구의 인기는 하락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모두 위기를 느끼고 있다. 미디어와의 접점도 줄어들고 있고 스토리를 찾기도 힘들다. 서서히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금메달로 13년 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처럼 야구의 붐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13년 동안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더 이상 국가적 스포츠이벤트로 새로운 팬들을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는 순진한 발상이다. 이렇게 인기가 떨어지다 보면 무관중 경기보다 더 쓸쓸한 야구장 풍경이 벌어질 수 있다. 이 마저도 중계방송사들의 외면으로 확인하지 못할 수도 있다.
선수들 역시 당장의 휴식을 취하고 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하지만 혹시나 이후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어 리그 중단이 아닌 리그 축소로 이어질 경우 그들이 받는 연봉은 축소된 기간만큼 줄어들 것이다. 무엇보다 늦가을에 시즌이 끝날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될 수 있고 다음 시즌을 위한 휴식도 부족해질 수 있다. 경기력의 저하는 뻔하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당연히 중요하다. 그러나 이를 핑계 삼아서 리그 구성원들은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많은 것을 놓쳤다. 비난을 받고 인기가 떨어져도 푸념하지 않기를 바란다. 자업자득이다. 결국 그들의 이기주의는 리그 중단이 아닌 리그 공멸의 길로 향할 것이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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