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초유의 시즌 중단 사태에서 지난 11일 광주 KT-KIA 경기는 화제를 모았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KIA는 1군 엔트리에 있던 2명의 포수가 연이어 코로나19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 격리에 들어가면서 KIA는 신인 포수 권혁경(19)을 급히 1군에 불렀다.
2군 퓨처스 팀 휴식일에 갑자기 1군 콜업을 받고 데뷔전부터 선발 마스크를 쓴 권혁경은 깜짝 스타가 됐다. 선발 이의리를 비롯해 투수 4명과 호흡을 맞춰 9이닝 무실점 경기를 이끌었다. 타격에선 3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물러났지만 도루 저지 하나 포함 안정된 수비로 팀 승리를 이끌어 수훈선수에 선정됐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 여파로 큰 불이익을 당할 뻔 했했던 KIA는 권혁경이라는 미래 자원을 발굴해냈다. 2군에서도 타율 3할2리 3홈런 9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여준 그에겐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집에서 식사하던 중 콜업 전화를 받았다"는 황당한(?) 데뷔 뒷이야기도 팬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사진] 권혁경 /KIA 타이거즈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1/07/13/202107131944772974_60edae075924c.jpg)
그러나 권혁경의 다음 경기는 한 달 후에야 볼 수 있게 됐다. 다른 팀에서 또 다른 권혁경을 볼 수 있는 기회도 날아갔다. 지난 12일 KBO 이사회에서 전격 시즌 중단을 선언하면서 KBO리그는 '올스톱'됐다. 1군 전반기 팀당 6경기씩, 총 30경기뿐만 아니라 2군 퓨처스리그도 13일부터 21일까지 총 35경기가 취소됐다.
두산과 NC 선수단 내 코로나 확진자 발생에서 시작된 이번 사태는 정해진 매뉴얼을 뒤집어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 10개 구단이 합으한 매뉴얼대로 진행했다면 1군 선수단에 확진자 및 밀접 접촉자가 나와도 대체 선수로 시즌 중단 없이 운영돼야 했다.
두산과 NC는 각각 17명, 15명의 1군 선수들이 자가격리 대상자로 분류됐다. 1군 엔트리 절반 이상이 이탈하면서 전반기 마지막 6경기에서 큰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선수단 관리 소홀로 인한 귀책 사유가 구단에 있었고, 2군 선수들을 올려 1군 경기를 하는 게 원칙이었다.

그러나 KBO와 절반의 구단들은 형평성을 이유로 시즌 중단을 밀어붙였다. 2군 선수들로 1군 경기를 하는 게 불공평하다고 본 것이다. 정해진 규칙, 원칙 안에서 얻은 결과는 결코 불공정하지 않다. 2군 선수들을 상대로 이겼다고 해서 평가 절하하거나 폄훼할 이유가 없다. 2군 선수들로 인해 경기력 하락을 우려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어불성설이다. 야구팬들은 KBO리그 수준이 높아서 보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2군에서 땀 흘리고 있는 미래의 유망주, 새로운 선수들을 볼 기회를 놓쳤다. 어차피 전반기 팀당 마지막 6경기였다. 1군에 목말랐던 2군 선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졌다면 신선한 볼거리,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었다. 그들이 잘하든 못하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 팬들은 늘 박수를 쳐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두산과 NC 중심으로 주요 구단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시즌 중단 결정이 났다. 2군 선수들은 1군에서 뛸 기회가 날아갔고, 2군 경기마저 취소되면서 경험을 쌓고 실력을 키워야 할 시기에 '강제 휴식'하게 됐다. 기회를 박탈당했다. 시즌 중단의 주체가 '화수분' 야구로 찬사받으며 2군 뎁스를 자랑하던 두산과 NC라는 게 아이러니. 그들은 2군의 힘을 보여줄 기회를 스스로 저버렸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