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내야수 박민우(28)가 스승의 믿음을 저버렸다. 코로나19 방역 수칙 논란 속에 국가대표팀에서 하차하며 자신을 믿어준 김경문 감독에게 큰 폐를 끼쳤다.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은 NC 사령탑 시절 박민우를 주전 2루수로 키웠다. 김 감독은 "정근우 다음으로 국가대표 2루수를 해야 할 선수"라고 박민우에게 큰 애정을 보였다. 2014년 신인왕을 차지한 박민우는 2019~2020년 2년 연속 2루수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KBO리그 정상급 2루수로 도약한 그는 김 감독 기대대로 국가대표 2루수가 됐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9년에는 스승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프리미어12 대표팀에 부름을 받았다. 당시 대회에서 20타수 3안타 타율 1할5푼으로 부진했지만 김 감독은 8경기 중 6경기에 그를 선발로 투입했다.

지난달 16일 김 감독이 발표한 도쿄올림픽 최종 엔트리 24명에도 박민우가 포함돼 있었다. 발표 전까지 박민우는 44경기 타율 2할7푼2리 1홈런 17타점 10도루 출루율 3할6푼8리로 부진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더 좋은 성적을 낸 2루수들을 제쳐두고 박민우를 주전 2루수로 택했다.

그러나 박민우는 이런 스승의 믿음을 배반했다. 지난 5일 서울 원정 중 숙소 방에서 팀 선배 박석민, 이명기, 권희동과 함께 외부 지인 2명까지 총 6명이 모여 술 자리를 가진 것이다. 5인 이상 집합 금지를 어기면서 방역 수칙을 위반했고, 지인의 확진 여파로 이번 사태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박민우는 다른 동료들과 달리 확진자가 아니었다. 도쿄올림픽 예비 엔트리에 들었던 그는 지난 5월 두 차례 화이자 백신 접종을 했다. 국가대표 선수에게 주어진 특혜 덕분에 코로나19 확진은 피할 수 있었지만 잘못된 처신으로 그 명예를 땅에 떨어뜨렸다.
결국 박민우는 이 같은 논란에 책임을 지고 14일 NC 구단을 통해 국가대표 하차 의사를 전했다. 손가락 부상이란 이유까지 덧붙였다. 자격 박탈을 해도 모자랄 선수가 스스로 '선수' 쳤다. 자신을 믿어준 김경문 감독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이번 사태로 박민우는 FA 자격까지 미뤄졌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소집 기간이 FA 1군 등록일수에 포함된다. 올림픽 발탁으로 박민우는 올해 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만 28세 젊은 나이에 FA 취득을 1년 앞당기며 목돈을 쥘 수 있었지만 스스로 복을 걷어찼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허위 진술 혐의로 강남구청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이번 사태는 경징계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구단 자체 징계는 물론 KBO 차원에서도 엄벌을 피할 수 없다. 출장정지 등 중징계가 내려지면 박민우의 FA 취득은 2년 뒤로 미뤄질 수 있다. 프로답지 못한 처신으로 한순간에 많은 것을 잃게 된 박민우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