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숙소 가면 바로 잔다”던 NC 다이노스 선수들은 없었다. NC는 팬과 가장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유튜브 채널(구독자 5만명 이상)에서 팬을 기만했다.
NC 다이노스가 KBO리그에 아주 큰 물의를 일으켰다. NC 황순현 대표이사는 지난 14일 공식 사과문을 내고 “선수단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KBO리그 진행이 중단된 데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 특히 해당 선수들이 원정숙소에서 외부인과 사적 모임을 가졌고, 구단은 이에 대한 관리부실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8일이었다. 당시 잠실 두산전을 위해 서울의 한 호텔에 머물던 NC는 한 투숙객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선수단 전원이 PCR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1군 내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맞대결한 두산 선수단마저 검사 결과 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NC는 이후 재검 결과 1명이 추가로 양성 반응을 보였다. NC의 방역 해이로 인해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청정지역으로 불린 KBO리그 1군에 무려 5명의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알고 보니 이는 NC 선수단의 방역 수칙 위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14일 NC 내야수 박석민은 권희동, 이명기, 박민우와 함께 원정 숙소에서 지인 2명을 불러 총 6명이 음주 모임을 한 것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이 가운데 지인 2명과 박석민, 권희동, 이명기가 코로나19에 확진됐고, 박민우는 도쿄행을 위해 화이자 1, 2차 접종을 완료하며 감염을 피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얼마 전 NC 다이노스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우리 선수들은 원정 숙소에서 뭐해요?’라는 컨텐츠가 게재됐다. 해당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에 업로드된 영상으로 보였다.
컨텐츠에는 이번 KBO리그 대혼란 사태의 원흉인 이명기, 권희동, 박석민, 박민우가 모두 출연했다. 이들은 퇴근길 카메라를 통해 원정 숙소에서 주로 무엇을 하는지 밝혔는데 대답이 모두 원정숙소 사적모임과는 다른 세계의 내용이었다.
![[사진] NC 다이노스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https://file.osen.co.kr/article/2021/07/15/202107150000777796_60eefc777fba8.jpeg)
먼저 이명기는 “잠자기”라며 “힘들어서 요즘에는 뭘 할 수가 없어요. 코로나도 있고…”라고 말했다. 뒤이어 권희동은 질문이 다소 황당하다는 어투로 “자야죠 10시에 도착하는데…”라고 밝혔으며, 사과문을 낸 박석민도 “자야죠. 네 잡니다”라고 동료들과 같은 대답을 했다.
박민우의 대답은 더 가관이었다. 갑자기 라커룸에서 가져온 책을 들어올리며 “책 봐요”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팬들에게 선보인 책 제목은 ‘모든 날에 모든 순간에 위로를 보낸다’. 이후 “컨셉 아니라고 전해달래요”라는 자막이 달리며 지적인 이미지를 풍겼다.
그러나 팬들 앞에서 밝힌 4명의 원정숙소 일상은 결국 모두 거짓이었다. 박석민의 사과문에 따르면 5일 밤 10시 넘어 서울 원정 숙소에 도착한 4명은 방에 모여 야식으로 분식을 시켰다. 이때 친분이 있는 지인이 친구와 함께 있다는 연락이 왔고, “같이 방에 들러 인사를 나누자”며 이들을 방으로 초대했다. 이후 8일 오전 지인의 코로나19 양성 소식이 들려왔는데 이는 KBO리그를 코로나19 공포로 몰아넣은 시발점이 되고 말았다.
아울러, 서울 강남구는 코로나19 확진 이후 동선을 허위 진술한 혐의로 NC 선수 등 확진자 5명의 수사를 경찰에 의뢰한 상태다. 강남구는 “확진자들이 동선을 숨겨 NC 선수단과 원정 호텔 관계자들을 상대로 심층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유튜브에서 밝힌 것처럼 원정 숙소 도착 후 잠을 자고 책을 읽었으면 KBO리그는 예정대로 이번 주 정상적인 리그 운영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잠을 자고 책을 읽겠다는 선수들은 숙소에 모여 지인을 초청하고 술판을 벌였다. 방역 수칙을 위반하고 리그에 혼란을 초래한 죗값도 만만치 않은데 여기에 소통채널인 유튜브를 통해 팬까지 기만했다. NC에 프로 구단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지 한 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