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는 전반기 2위로 마쳤다. 팀 평균자책점 1위인 마운드의 힘이 컸다. 류지현 감독이 ‘투수들 모두 잘 했다'고 칭찬할 정도로 외국인 투수, 토종 선발, 불펜, 마무리의 고른 활약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1군에서 거의 뛰지 못했던 김대유(30)의 깜짝 활약이 돋보였다.
김대유는 지난해 1군에서 3경기에 출장해 2.1이닝 6실점, 평균자책점 23.14을 기록하고 2군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해는 34경기에 출장해 4승 1패 16홀드 평균자책점 1.93의 뛰어난 성적으로 필승조 한 자리를 책임지고 있다. 엄청난 반전이다.
2010년 프로 데뷔 후 주로 2군에서 뛰었고, 1군에서 패전조였던 그에게 11년 만에 찾아온 최고의 시즌이다.

김대유는 15일 잠실구장에서 전반기를 돌아보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이 위치를 쳐다만 봤는데, 기회를 받아서 감사하다.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관리를 엄청 신경 써주셔서, 큰 문제없이 전반기를 마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대유는 현재 위치(필승조)에 있는 것이 훨씬 어렵다고 했다. 그는 “(과거) 패전조였을 때는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면 준비하면 됐다. 그러나 필승조는 항상 조마조마 하면서 경기를 준비한다. 정신적으로 무장하고 준비해야 한다”며 “크게 이기다가 갑자기 점수가 좁히지기도 하고, 지고 있다가도 역전하기도 한다. 매일매일 긴장 속에 있으며 정신력이 소모된다”고 난생 처음 필승조 경험을 털어놨다.
최고의 전반기를 보낸 김대유는 시즌 첫 등판을 터닝포인트로 꼽았다. 지난 4월 6일 KT전에서 3-2로 추격당한 7회 1사 1루에서 등판했다. 외국인 타자 알몬테와의 승부. 김대유는 알몬테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추격 흐름을 봉쇄했다.
그는 “시즌 첫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등판했는데, 그 경기로 인해 자신감도 생기고, 어려운 상황에도 나갈 수 있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결국 알몬테는 기대치에 모자라 시즌 중반 퇴출됐고, 김대유는 리그 최고 좌완 불펜으로 손색없는 존재가 됐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반전을 만들어낸 비결은 무엇일까. 김대유는 “감독님, 코치님이 믿어주신 것이 가장 크다. 믿음을 주셨고, 좋은 결과에 따른 자신감이 생겼다. 정신적인 부분이 큰 것 같다”며 “작년에 2군에서 준비한 것이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투구 매커니즘, 피칭 디자인이 아직은 부족하지만, 지난해 2군에서 준비하면서 조금씩 나아졌다”고 설명했다.
시즌을 치르면서 적절한 관리도 페이스 조절에 도움이 됐다. 김대유는 "시즌 중간에 감독님이 '구위가 조금 떨어지는 것이 보인다'고 하셨다. 내가 풀타임이 처음이라서 감독님이 걱정한 부분이었다. 몸 상태를 디테일하게 얘기해달라고 하셨다. 괜찮은데 몸이 무거운 것은 사실이다고 말씀드렸는데, 감독님이 잘 알겠다고 운영하겠다고 하시더라. 관리해주시는 것도 감사하다. 우리 투수들이 다들 구위가 좋다. (필승조는) 잠시 맡는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올림픽 휴식기는 풀타임 경험이 없는 김대유에게 좋은 휴식 시간이 된다. 그는 "휴식기에 체력을 보충하고, 다시 채워넣는 시간이 될 것 같다. 몸을 계속 쓰면서 소모했던 것을 다시 채워넣는 것고 후반기를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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