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투수 백정현(34)이 데뷔 15년차 들어 뒤늦게 전성기를 맞았다. 2007년 데뷔 후 8승을 거둔 게 자신의 한 시즌 최다승 기록. 올 시즌 8승 4패(평균 자책점 2.48)로 전반기를 마감하며 10승 고지 등극을 눈앞에 두게 됐다.
"잘하려고 할 때는 잘 안됐는데 올해는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치르자는 마음으로 제가 할 수 있는 것만 하는데 결과가 잘 나온다. 성적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아 그런지 별다른 감흥은 없다". 백정현에게 올 시즌 상승 비결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칼날 제구력은 백정현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그는 "대부분의 투수들이 구속에 대한 욕심이 많은데 저는 제구에 초점을 둔다. 훈련할 때 제구력 향상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정현욱 투수 코치님께서 보완해야 할 부분을 상세히 설명해주시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백정현의 위기관리 능력은 단연 으뜸이다. 비결이 궁금했다. 그는 "내가 던지는 공이고 내가 선택한 구종이니까 맞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원하는 코스에 던지기 위해 제구에 신경을 쓴다"면서 "패턴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으면 상대 타자들이 노리고 들어올 텐데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던지니까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성적만 놓고 본다면 도쿄 올림픽 대표팀 최종 엔트리 발탁도 가능했을 터.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아쉬움은 없었을까. 백정현은 "제가 지난해 아파서 쉬다가 왔고 현재 성적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루하루 열심히 지내고 있다. 저 말고 뛰어난 좌완 투수가 많다"고 대답했다.

백정현은 마운드에서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언제나 똑같은 표정이다. "호수비와 실책은 항상 반복되는데 결과에 따라 좋고 싫고 감정을 표현하는 게 과연 맞는 건가 싶었다. 저도 실수할 수 있고 실책도 안타라고 생각한다. 실책이 나온 뒤 제가 막지 못하면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내와 두 살 된 딸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백정현은 "아내는 항상 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늘 고마운 존재다. 또 아이가 자라면서 부모의 영향이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낀다. 제 행동을 따라 하는 게 신기하다. 책임감이 더욱 커진다.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에 행동도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데뷔 첫 10승 달성을 눈앞에 둔 그는 "저는 (10승 달성에) 관심 없는데 주변에서 더 기대하는 것 같다"고 웃으며 "승리는 저 혼자의 힘으로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동료들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겼다.
또 "개인적인 목표는 전혀 없다. 건강하게 던질 수 있어 행복하다. 부상 없이 시즌을 잘 소화하며 팀이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힘이 되고 싶다"고 우승을 향한 열망을 드러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