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을 때와 지금의 차이에 대해 질문을 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올해 불안한 뒷문으로 고생하고 있다. 불펜 평균자책점 6.05로 리그 최하위다. 전체적인 불펜 상황이 안정적지이지 않다. 시즌 초반 필승조 역할을 했던 최준용과 김대우도 어깨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필승조 전체적인 구상을 새롭게 해야 했다.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마무리 김원중은 12세이브를 올렸지만 평균자책점 4.64에 리그 최다 블론 세이브(5개)를 기록 중이다.
4월 개막 이후 한 달 동안 평균자책점 0.93을 기록하며 출발이 좋았다. 그러나 5월부터 들쑥날쑥한 투구 내용이 반복됐다. 5월 평균자책점은 8.64에 달했다. 결국 페이스가 안정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꾸준히 실점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 번 무너질 때 와르르 무너지면서 기록에서 손해를 봤고 팀 역시도 승리할 수 있는 경기를 놓치는 경우들이 잦아졌다.

그리고 전반기 마지막 경기가 된 지난 11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세이브 상황이 아닐 때 마운드에 올랐다. 0-7로 끌려가던 6회말 1사 1,3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고 구자욱을 투수 앞 땅볼로 유도하고 오재일을 땅볼 처리했다. 마무리 투수 자리에서의 신임을 잃은 것이 아니냐에 대한 얘기들이 나왔다.
그러나 서튼 감독은 여전히 김원중에게 마무리 투수 보직을 맡길 생각이다. 그는 “계획에는 변화가 없다”라면서 “내가 부임하기 전까지는 좋은 모습이었지만 최근 고전 하는 모습이었다.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조정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다만 기용 방식의 변화를 예고했다. 서튼 감독의 기본적인 생각은 더 많은 등판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좀 더 많은 등판을 하면서 성공할 수 있는 상황에 투입을 시키려고 한다”라면서 지난 11일 삼성과의 경기를 예로 들었다. 그는 “당시 왜 김원중이 등판했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때 상대의 가장 강한 타선이 나올 차례였다. 9회는 아니었지만 가장 비슷한 상황을 부여하고 싶었다. 가장 강한 상대 타자들을 상대로 올리려고 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마무리 투수가 필연적으로 감당해야 하고 또 이겨내야 하는 ‘하이 레버리지(큰 위기)’ 상황에서의 성공 경험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 ‘온실 속 화초’가 아닌 터프한 ‘정글’에서 생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 다양한 상황에서 등판을 하면서 경험을 쌓고 자신감까지 쌓기를 바란다는 의미였다.
김원중과의 면담 과정도 잊지 않았다. 시즌 중이라면 당장 눈 앞에 당면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다. 그러나 올림픽 브레이크로 사실상 ‘미니 캠프’를 치르고 있기에 서튼 감독 입장에서는 다소 여유있게 문제를 진단하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지난 17일 훈련 도중 서튼 감독과 김원중은 장시간 대화를 나누기도. 서튼 감독은 “선수와 1대1로 대화를 하는 것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선수에 대해서 알 수 있고 조언을 할지, 칭찬을 할지, 아니면 방향성을 제시할 지를 결정할 수 있다”라고 운을 뗐다.
당시 대화 내용에 대해 묻자 서튼 감독은 “단순하게 질문 했다. ‘가장 좋았을 때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차이가 뭘까?’라고 질문을 했다. 그리고 알게 된 것은 김원중이 자기 인식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과거와 비교할 때 상대 타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를 충분히 인지를 하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리고 어떻게 해야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질문을 했다. 과거 성공 이유 알고 장점도 충분히 알고 있다. 유익한 시간이었다”라고 전했다. 김원중 스스로 냉정하게 자신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튼 감독은 흡족해 했고, 냉철한 현실 인식은 발전의 방향도 올곧게 만들 수 있다는 것까지 확인했다.
후반기에도 롯데의 마무리는 김원중이 계속 맡겠지만 기용 방법, 그리고 보완 과정은 달라질 전망이다. 롯데는 미니 캠프에서 김원중 반등의 확실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