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베이징에서 심판의 퇴장 명령에 미트를 패대기친 23살 청년은 이제 세월이 흘러 국가대표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백전노장이 됐다. 커리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두 번째 올림픽에선 과연 어떤 명장면을 남길까.
삼성 강민호(36)는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장면을 남겼다. 그는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선발 류현진과 배터리 호흡을 이뤘는데 3-2로 앞선 9회말 1사 만루서 돌연 퇴장을 당했다. 스트라이크로 판단된 공이 볼 판정을 받자 구심에 이의를 제기한 결과였다. 이후 더그아웃으로 향하던 그는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미트를 패대기쳤다.
그렇게 혈기왕성했던 23살의 청년은 이제 대표팀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베테랑 선수가 됐다. 오승환(삼성)이 한현희(키움)의 대체선수로 뽑히기 전까지 그는 이번 대표팀의 최고령자였다. 다가오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투수 리드, 공격과 함께 수많은 후배들을 다독이는 중책까지 맡게된 것.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대비 2일차 훈련에서 만난 강민호는 “베이징 때는 23살이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 나이에 어떻게 경기를 뛰었나 싶다”며 “이렇게 또 어린 선수들과 같이 대표팀에서 야구를 할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 이의리(KIA)와 나이 차이가 17살이나 나더라. 어린 선수들도 무서울 것 없이 패기 있게 플레이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강민호가 언급한 패기 있는 플레이에는 미트 패대기와 같은 명장면(?)도 포함이 되는 것일까. 그는 “그런 명장면은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이번에는 무탈하게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 젊은 선수들에게 패기 있게 플레이하라는 건 무서울 것 없어 덤비라는 의미다”라고 강조했다.
2008년에는 주전 포수 진갑용을 비롯해 많은 선배들을 졸졸 따라다녔다면 이젠 자신이 진갑용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강민호는 “베이징 때는 대표팀에 뽑힌 것 자체가 마냥 신기하고 신났다”며 “이번에는 고참의 위치가 됐기 때문에 어떻게 분위기를 잡아야할지 고민 중이다. 같이 야구를 해도 모르는 선수들이 많다. 후배들에게 최대한 먼저 다가가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KBO리그 내 각종 논란, 불미스런 일을 저지른 박민우와 한현희의 국가대표 자진하차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에 고참의 역할을 맡게 된 강민호. 여기에 2008년과 달리 코로나19라는 전염병 예방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강민호는 “서울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까지 올라가 조심스럽다. 선수들이 경기장 외에는 호텔 방에서도 잘 안 모인다”며 “모두가 예민하고 조심해야할 시기다. 다행히 소집된 선수들이 잘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