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슬럼프에 방역 해이까지…두산 25억 내야수 후반기엔 달라질까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7.20 08: 05

두산 25억원 내야수 김재호(36)가 실망스러웠던 전반기를 딛고 다가오는 후반기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까.
김재호는 지난 1월 초 두산과 3년 총액 25억원에 FA 계약을 맺고 종신 베어스맨을 선언했다. 2004년 두산 1차 지명을 받은 그는 2016년 12월 생애 첫 FA 자격을 얻어 두산과 4년 50억원에 계약한 뒤 4시즌 동안 모범 FA로 불리며 이번에도 재계약에 성공했다.
두산은 오프시즌 스프링캠프부터 김재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김재호는 자신 이후 17년만에 내야수 1차 지명을 받은 유망주 안재석의 멘토 역할을 자처했고, 강승호, 박계범, 양석환 등 팀에 새롭게 합류한 내야수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최주환, 오재일 등 베테랑 내야수들의 이탈에도 김재호가 있어 김태형 감독 역시 보다 수월하게 내야진 플랜을 세울 수 있었다.

올림픽 브레이크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리그가 중단된 가운데 두산 베어스가 18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자체 훈련을 가졌다.두산 김재호가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21.07.18  / soul1014@osen.co.kr

그러나 정규시즌 돌입하니 우리가 아는 김재호의 모습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장기인 수비에서도 지난 시즌보다 삐끗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그래도 5월까지는 타율 2할대 중후반을 유지했으나 6월 8경기 타율 .115의 부진 속 시즌 타율 .235를 남긴 채 왼쪽 어깨 부상으로 전반기를 조기에 마쳤다. 두산의 전반기 최종전은 7월 7일 잠실 NC전인 반면 김재호는 6월 12일 LG전 이후 1군서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휴식기 도중 팬들을 실망시킨 또 하나의 소식이 들려왔다. 18일 팀 훈련에 앞서 외야 그라운드로 첫째 아들과 둘째 딸을 데리고 나오며 코로나19 시국에 치러지는 팀 훈련에 자녀를 동반한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두 아이는 마스크를 미착용한 상태서 아빠를 따라 그라운드를 누볐고, 아빠의 동료들과 가벼운 캐치볼도 진행했다.
3회말 1사 두산 김재호가 롯데 박세웅에게 삼진을 당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cej@osen.co.kr
그러나 이는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히 있는 장면이었다. 일단 KBO 코로나19 매뉴얼에 따르면 가족을 막론하고 외부인의 훈련장 입장이 불가하며, 두 어린이와 두산 선수들 모두 마스크 미착용 상태였다.
여기에 KBO리그는 최근 NC와 두산 내 코로나19 확진으로 리그가 중단된 상태였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두산도 리그 중단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구단이었다. 분명 휴식기 기간 구성원 모두의 자숙이 필요했다. 또한 동료들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훈련도 못하고 집에만 꽁꽁 묶여 있으며, 아직 두산과 관련한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2명의 정확한 감염 경로도 추적이 불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훈련에 가족을 데려와 그라운드를 밟게 한 부분은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다. 36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 25억원의 높은 몸값 등을 감안했을 때 하지 말았어야할 행동이었다. 평소 인성이 좋기로 소문난 김재호였기에 실망감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이에 KBO는 19일 동선 분리 미준수, 선수단 관리 소홀, 마스크 미착용이 적발된 두산 구단에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고, 방역당국의 사적모임 집합금지 준수 위반 의심 사례로 적발된 김재호와 워커 로켓(동생 동반)에 대해서도 엄중 경고를 통보했다. 김재호 또한 구단을 통해 “이런 시국에 생각이 짧았다. 경솔한 행동이었다. 잘못을 무조건 인정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재호의 이번 오프시즌 시작은 그 어느 때보다 창대했지만, 전반기 마무리는 미약했다. 미약을 넘어 실망의 연속이었다. 3년 총액 25억원이란 구단의 믿음에도 극심한 타격 부진, 부상, 휴식기 방역 해이 등으로 잇따라 고개를 숙인 그가 후반기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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