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 13시간 구슬땀→1군 11G 연속 무실점… "실점 두렵지만, 흔들리지 않는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7.20 09: 07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하면서 다시 절치부심했고 구슬땀을 흘렸다. 2군에서 홀로 13시간, 약 반나절 가량을 훈련에만 매진했다. 그 결과는 1군에서는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불펜 투수 진명호(32)가 ‘안식년’을 지나고 다시금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진명호는 지난 2018년 60경기 5승4패 1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4.38(61⅔이닝 30자책점), 2019년 60경기 3승2패 9홀드 평균자책점 3.41(63⅓이닝 24자책점)의 성적을 남기며 본격적으로 기량을 만개시켰다. 2시즌 동안 팀 내 구원 투수 중 가장 많은 경기와 이닝을 소화한 마당쇠였다.
하지만 두 시즌 동안 피로가 누적됐고 미세하게 밸런스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미세한 흔들림이 걷잡을 수 없는 붕괴로 이어졌다. 결국 지난해는 안식년이었다. 37경기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7.18(31⅓이닝 25자책점)에 그쳤다.

롯데 진명호 /jpnews@osen.co.kr

지난해의 부진이 이어지는 듯 했고 올해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5월 이후 래리 서튼 감독 부임과 함께 1군에 콜업이 됐고 현재 23경기 2승1패 2홀드 평균자책점 3.38(18⅔이닝 7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팀 전체적인 불펜 난조 속에서 다시 한 번 ‘난세 영웅’이 되어가고 있다. 6월 13일 KIA전부터 11경기 연속 무실점이다. 이 기간 8명의 승계주자를 물려받았고 3명만 들여보냈다. 준수한 기록이다.
좋은 페이스 중 시즌이 중단됐다. “많이 아쉬운 것이 사실”이라고 웃었다. 이어 “작년의 경우 멘탈이 흔들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멘탈이 흔들렸다고 생각하니까 자존심이 상했다. 결국 지나고 보니 멘탈이 흔들렸고 올해까지 이어졌다”라면서 “2군에서 훈련하면서도 잘 했을 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의심했다”라고 되돌아봤다.
하지만 래리 서튼 감독의 데뷔전이자 진명호의 시즌 첫 등판이었던 5월 11일 SSG전에서 1이닝 1실점 했지만 홀드를 따냈다. 홈런 1개만 내줬지만 투구 내용 자체는 깔끔했다. 첫 단추를 잘 끼우면서 좋은 예감이 왔다고. 그는 “홈런을 맞았지만 홀드를 했다. ‘다시 할 수 있구나’라고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라고 되돌아봤다.
인터뷰 내내 래리 서튼 감독과 지난해부터 1,2군에서 모두 함께하고 있는 투수 파트의 이용훈, 임경완, 강영식 코치에게 감사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 개막 엔트리 탈락 이후 2군에서 강영식 코치와 거의 반나절 동안 훈련을 함께 했다. 시간으로 따지면 약 13시간.
그는 “한 달 정도를 강영식 코치님과 새벽 6시에 출근했고 7시에 퇴근했다. (2군에) 사람은 많고 코치님은 한 분이니까 봐주시는 것도 한계가 있더라. 결국 아침 일찍 출근하고 경기가 끝난 뒤 운동하는 것밖에 없었다”라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후회하지 않으려고 한 달 정도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이때 흔들린 멘탈을 부여 잡으면서 미세하게 깨졌던 투구폼까지 고쳤다. 그는 “눈으로 봐서는 모른다. 1mm만 달라져도 엄청난 차이가 난다. 나 스스로도 느끼지 못했던 것인데 지푸라기라도 잡아봐야 하니까 뜯어서 고쳐보자고 했다”라고 교정 과정을 전했다.
또한 지난해부터 이용훈 코치의 커브 구사 조언이 이어졌고 올해 ‘내추럴 커터성’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포크볼의 레퍼토리에 커브까지 추가했다. 그는 “어깨 수술을 받고 커브 던질 때마다 아팠다. 근데 강하게 던져보니까 좋더라. 이용훈 코치님께서 얘기 안해주셨으면 커브는 완전히 봉인했을 것이다”라고 했다.
“난 슈퍼스타가 아니라 아기 둘을 키우는 아빠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부진으로 비난이 쏟아지자 고개도 저절로 숙여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성격이 아닌데 사람들을 피하게 되더라”고 쉽게 나설 수 없던 지난해를 회상했다.
지난해의 부진을 다른 누군가가 채워듯이 올해 팀 불펜진 전체적인 부진을 진명호가 채워주고 있다. 언젠가는 진명호에게도 무실점 행진이 깨질 그 날이 올 것이다. “솔직히 두렵기도 하다”라고 멋쩍게 웃으면서도 부담갖지 않으려고 한다.
그는 “팀이 안좋을 때 내가 그 자리를 채웠듯이 내가 안좋으면 누군가가 채워주면 된다. 그게 가장 좋은 것이다”라면서 “이제는 점수를 줬다고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다 잘하고 살수는 없지 않나. 못할 때도 있을텐데, 기복 없이 꾸준하게 던지면서 시즌을 풀어가고 싶다”라고 강조하며 올 시즌 완주를 다짐했다. /jhrae@osen.co.kr
7회말 수비를 마친 롯데 진명호가 더그아웃으로 가며 호수비를 펼친 전준우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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