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안타 예약자'의 다짐 "끝이 아닌 시작, 더 높은 목표 향해"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7.22 13: 21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은 현재 ‘사실상’ KBO리그 역대 13번째 통산 2000안타 기록을 달성했다. ‘사실상’이라는 전제가 붙는 이유는 1999안타이지만 아직 집계되지 않은 안타 1개가 있기 때문. 지난 6월 27일 잠실 두산전에서 안타 1개를 때렸지만 서스펜디드 선언이 되면서 경기가 종료되지 않았다. 이 경기는 10월 7일에 재개될 예정이다.
하지만 손아섭의 2000안타 기록이 언제, 어느 시점에 달성이 됐는지는 10월 7일 서스펜디드 경기가 종료되어야 알 수 있다. 기록의 스포츠가 갖고 있는 미묘함이다. 그래서 손아섭은 지난 10일 대구 삼성전에서 때려낸 공식 1998안타와 1999안타의 공 2개를 모두 챙겼다. “계산을 해보니까 서스펜디드 경기 때 타석을 한 번 더 들어갈 수 있게 되더라. 만약 또 안타를 치면 1998안타가 2000안타가 되더라”면서 “그 생각을 못했는데 우리팀 이대승 트레이너가 그 얘기를 하더라. 그래서 1998안타 공까지 받아놨다”라고 밝혔다.

1회초 2사 2루 롯데 손아섭이 달아나는 우전 1타점 적시 2루타를 때려낸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cej@osen.co.kr

사실상 2000안타지만 서스펜디드 경기 관계 없이 하루 빨리 2000안타라는 수치를 직접 찍고 마음을 편하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당황스럽게, 조금 일찍 올림픽 휴식기가 찾아왔다. 그는 “시즌이 중단될 줄 몰랐다. 그래도 하루 빨리 한국야구의 대선배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10일 경기까지 1999안타를 찍고 이튿날 11일 경기에서 삼진 2개에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때 삼성 포수 강민호와의 일화를 웃으며 전했다.
“(강)민호 형이 나의 심리를 잘 알고 있었다. 영리하다고 느꼈다. 2000안타 욕심을 캐치하고 어렵게 승부를 하더라. 민호 형의 노련함에 당했다. 그래서 1999안타에 멈춰서 올림픽 휴식기를 맞이하게 됐다. 제 심리를 캐치하고 유인구만 20개 던지더라.”
손아섭의 2000안타는 좀 더 특별하다. 최연소와 최소경기라는 수식어가 붙기 때문. 2012년 장성호의 만 34세 11개월, 2014년 이병규의 1653경기 모두 경신을 예약했다. 20대 초반부터 그만큼 꾸준하게 쉼없이 달려온 훈장과 증거가 바로 최연소, 최소경기 2000안타다. 올해 5안타를 더하면 12년 연속 100안타라는, 역대 7명 밖에 달성하지 못한 ‘부수적인’ 대기록까지 수립한다.
그는 “이왕이면 한 달, 하루라도 더 빠르게 달성을 하고 싶다”고 웃었다. 이어 “정말 건강하고 꾸준해야만 이룰 수 있는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열심히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뿌듯함은 있다”라면서 “최연소, 최소경기 모두 존경하는 장성호 선배님과, 레전드인 이병규 코치님 등 대단한 분들의 기록을 깨는 것이다. 자부심보다는 영광스럽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한솥밥을 먹기도 했던 장성호 해설위원과의 2년 전 대화도 떠올린 손아섭이다. 그는 “2년 전 쯤으로 기억한다. 제가 장성호 선배님에게 ‘최연속 기록은 제가 깨겠다’고 했다. 그러자 선배님께서 ‘그건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2000안타 이상을 바라봐야 한다 항상 몸 관리 잘하고 자만하지 않으면서 나를 목표로 하지 말고 더 높은 곳을 바라봐라. 만족하지 말고 더 열심히 하라’고 조언을 해주셨다”라며 “그런 대화를 나눈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기록을 경신하게 됐다”고 웃었다.
대선배의 조언처럼 손아섭 역시 2000안타에서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려고 한다. 스스로도 자신있다. 그는 “아직 젊다고 생각한다. 신체적으로는 당연히 20대 때보다는 아니겠지만 그때보다 몸 관리에 대한 노하우가 생겼다. 어떻게 보면 지금이 신체적으로 더 좋다고 느끼고 있다”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2000안타는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고 표현을 하고 싶다. 지금부터 다시 ‘리셋해서 더 높은 곳을 향해서 출발한다고 생각하려고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다시금 페이스를 되찾으면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어느덧 타율 3할1푼5리(302타수 95안타)까지 올라왔다. 아직까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전반기 직전 뜨거웠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후반기를 준비하려고 한다.
그는 “3일 이상 쉬어버리면 몸의 리듬이 깨진다 .개인적으로 많이 쉬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라면서 “몸의 텐션을 유지하고 좋았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훈련량을 늘리고 몸을 힘들게 하고 있다. 아무래도 경기를 안하다 보면 긴장감이 풀려서 살이 찔 수 있다. 훈련량을 늘리고 먹는 것도 조절을 하면서 현재 베스트 체중인 82kg에서 1kg도 늘어나지 않게 하려고 한다”라며 철두철미한 준비로 후반기에 완벽하게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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