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투수 윤호솔(27)은 지난 2013년 NC 입단 당시 역대급 재능으로 기대를 모았다. 역대 공동 6위에 해당하는 계약금 6억원이 기대치를 보여준다. 두 번의 팔꿈치 인대접합수술로 오랜 시간 꽃피우지 못한 윤호솔이 150km 강속구를 찾으며 이제야 역대급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전반기 팀의 수확으로 "투수 쪽에서 많은 성장을 이뤘는데 불펜이 특히 좋았다. 강재민이 워낙 잘했지만 윤호솔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반기 31경기에서 32⅔이닝을 던진 윤호솔은 3승3홀드 평균자책점 3.90 탈삼진 28개를 기록했다. 7월 부진이 아쉽긴 하지만 6월까지 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며 한화 불펜의 새로운 필승조가 됐다.
윤호솔은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수베로 감독님이 실패할 자유를 주신 만큼 맞더라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 있게 했다. 호세 로사도 코치님과 이동걸 코치님도 기술적인 것뿐만 아니라 자신감과 집중력을 주문하시며 피칭 디자인을 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고마워했다.

무엇보다 150km 강속구를 되찾은 게 크다. 그는 "전광판 구속을 잘 안 보는데 언제 한 번 삼진을 잡고 나서 150 숫자가 찍힌 걸 봤다. 크게 감흥은 없었다. 구속을 잘 유지해 더 빠르게 던지고 싶은 생각이 들긴 했다"며 "윤호솔하면 직구가 제일 큰 무기라고 생각한다. 제가 생각한 커맨드가 됐을 때 타자들이 쉽게 못 칠 것이란 자신감이 있다. 그러다 보니 직구 구사 비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올해 윤호솔은 직구 구사 비율이 77%에 달한다. 직구 최고 구속이 151km까지 나왔다. 어쩌다 한 번 나온 게 아니라 150~151km 강속구를 여러 번 뿌렸다. 직구 평균 구속도 145km로 리그 상위권이다. 수베로 감독은 "패스트볼의 각과 스핀이 아주 좋다. 낮은 존뿐만 아니란 높은 존도 공략할 수 있는 구위를 가졌다. 한 가지 패스트볼을 두 가지로 활용할 수 있는 투수"라고 윤호솔의 장점을 설명했다.
피칭 디자인도 장점을 극대화했다. 윤호솔은 "랩소도 데이터를 보면 직구 수직 무브먼트가 좋다. 무조건 낮게 던지는 것보다 하이 패스트볼로 살아 오르는 느낌을 주려 한다. 작년부터 이동걸 코치님이 말씀하신 부분이라 신경을 썼다. 하이 패스트볼 3개만으로 삼진을 잡은 적도 있다"고 자신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슬라이더. 최고 142km까지 나오는 슬라이더의 피안타율이 1할대(.172)에 불과하다. 지난해까지 체인지업을 주로 던졌지만 올해는 슬라이더가 세컨 피치로 바뀌었다. 윤호솔은 "원래도 슬라이더를 던지긴 했지만 지금처럼 팍팍 꺾이지 않고 밋밋했다. (강)재민이한테 배운 슬라이더 하나가 정말 크다"고 말했다. 윤호솔보다 3살 어린 강재민은 올해 KBO리그 넘버원 불펜으로 강력한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던진다. 두 선수는 지난해 전반기 한화 퓨처스 팀의 불펜에서 함께 던지며 가까워졌다.

윤호솔은 "(수술과 재활로) 오래 쉬면서 특출난 변화구가 없었다. 체인지업도 그렇게 좋지 않았고, 직구 하나로 1군에선 메리트가 없다는 것을 재작년부터 느꼈다. 여러 선수들에게 슬라이더를 많이 물어봤는데 작년에 팀에 입단한 재민이가 자기가 알려주겠다면서 가르쳐줬다. 재민이한테 배운대로 캐치볼부터 집중적으로 연습하다 보니 좋아졌다. 재민이는 사이드암이고, 전 오버핸드라 슬라이더의 움직임은 다르지만 제 손에 맞는 그립을 알려줬다. 재민이한테 항상 고맙다"며 후배에게 진심 어린 고마움을 전했다.
실질적으로 첫 풀타임 시즌, 체력적으로 조금 지칠 때 올스타 휴식기가 왔다. 6월까지 꾸준했지만 7월 3경기에선 2⅓이닝 6실점으로 급격히 흔들렸다. 윤호솔은 "첫 풀타임이라 조금 힘들긴 해도 체력 문제는 아니다. 체력이 떨어졌다면 구속도 떨어졌을 텐데 그렇지 않다. 저도 모르게 조금 안일하게 풀려있었던 것 같다. 휴식기에 재정비를 잘해서 후반기 좋은 모습 보여야 한다"고 반성했다.
이어 그는 남은 시즌 목표로 "아프지 않고 시즌 끝까지 던지는 것이다. 올해는 기록을 신경 쓰지 않는다. 이렇게 안 아프고 야구를 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2점대 평균자책점을 계속 유지하다 높아진 게 아쉽긴 하지만 앞서 3시즌은 몇 경기 안 되지만 평균자책점이 모두 10점대였다(2014년 13.50, 2019년 17.18, 2020년 10.50). 그에 비하면 지금은 아주 좋은 성적이다"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