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유희관(두산)이 다가오는 후반기 마지막 1승 퍼즐을 맞추고 100승에 도달할 수 있을까.
유희관의 전반기는 실망의 연속이었다. 8년 연속 10승에 힘입어 두산과 1년 10억원에 FA 계약을 맺었지만, 9경기 2승 5패 평균자책점 8.15로 제 몫을 하지 못했다.
4월 2패 평균자책점 9.60 난조를 딛고 5월 초 2승을 거둔 유희관은 평화도 잠시 21일 롯데전(6이닝 8실점)과 28일 삼성전(1이닝 5실점)에서 잇따라 흔들리며 선발진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로켓의 대체선발로 나선 7월 2일 KIA전에서도 5⅔이닝 4실점 패전투수가 되며 통산 99승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전반기 부진 여파일까. 여전히 사령탑의 머릿속에 ‘선발 유희관’ 플랜은 없었다. 지난 22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태형 감독은 “일단 로켓의 합류 시기를 보고 결정해야겠지만, 불펜으로 쓸 수도 있고, 선발 뒤에 붙여서 길게 갈 수도 있다”는 새로운 유희관 기용법을 전했다.
두산은 후반기 개막부터 정상적인 5인 로테이션을 가동할 수 없다. 6월 25일 롯데전 이후 팔꿈치 통증을 호소한 에이스 로켓이 후반기 첫 순번을 거를 예정이며, 국가대표 최원준은 도쿄올림픽 등판 상황을 보고 후반기 첫 스케줄을 정해야 한다. 김 감독은 아리엘 미란다, 이영하에 곽빈, 김민규 등이 이들의 공백을 메운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그렇다고 유희관을 아예 선발에서 배제하는 건 아니다. 사령탑도 1승만 더하면 100승이란 대기록이 완성된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100승은 KBO리그 출범 이후 31명의 투수밖에 오르지 못한 고지로, 최근 사례는 2019년 8월 6일 차우찬(LG)이었다. 좌완으로 한정하면 송진우, 장원삼, 김광현, 장원준, 양현종, 차우찬 등 6명뿐이다.
김 감독은 “100승이 걸려있기 때문에 상황이 되면 신경을 쓸 계획”이라며 “만일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지 않게 된다면 (유)희관이가 강한 팀이 걸릴 경우 또 상황을 볼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
일단 유희관의 후반기 선발 재진입은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대신 순위 싸움의 분수령이 되는 후반기이기에 다른 보직에서 8년 연속 10승의 관록을 발휘한다면 충분히 또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가장 반가운 건 감독도 100승을 지원 사격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이다.
결국은 부진 탈출만이 100승을 향한 유일한 해답이다. 대기록까지 단 1승이 남았지만, 그 1승을 향해 평소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