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환이 특유의 클러치 능력을 앞세워 김경문호의 특급 조커를 꿈꾼다.
김경문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도쿄올림픽 최종 엔트리 발표 당시 최주환 발탁 이유에 대해 “중요한 순간 대타로 기용할 것 같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근 5년간 득점권에서 타율 .328 25홈런 286타점을 기록한 최주환의 클러치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 23일 상무와의 첫 평가전부터 ‘대타’ 최주환의 진가가 드러났다. 선발에서 제외된 그가 교체 출전해 첫 타석에서 홈런을 신고한 것.

최주환은 6회 내야안타로 출루한 김현수의 대주자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후 6-0으로 앞선 7회 2사 1, 2루서 배재환의 낮은 슬라이더(130km)를 받아쳐 우월 3점홈런으로 연결했다. 승부의 쐐기를 박는 한방이었다.
최주환은 쐐기포에 힘입어 기술위원회가 선정하는 데일리 MVP의 기쁨을 안았다. 부상은 120만원 상당의 타이어교환권.
최주환은 경기 후 “첫 평가전을 기분 좋게 승리해서 좋다. 처음 온 대표팀에서 의미 있는 홈런이 나왔고, 좋은 승리로 연결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리그 중단으로 실전 감각 저하가 우려됐던 터. 그러나 최주환에게 휴식은 약이 됐다. 그는 “국가대표 합류 전까지 4일을 쉬었다. 전반기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가 복귀했는데 지친 부분이 있었다”며 “오히려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덕분에 컨디션이 더 좋아진 것 같다. 타격감도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

최주환은 2006년 두산 2차 6라운드 46순위로 입단해 2016년까지 10년이 넘게 백업 생활을 했다. 그러나 주전이 아니어도 교체로 나설 때마다 종종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고, 2017년부터 마침내 주전으로 도약해 지난 시즌을 앞두고 SSG와 4년 총액 42억의 FA 계약까지 이뤄냈다.
그렇기에 김경문호에서 주어진 대타라는 보직이 낯설지 않다. 최주환은 “난 처음부터 주전으로 뛰었던 선수가 아니다. 백업, 대타를 많이 경험했다”며 “사실 주전으로 나가도 안타를 치지 못하는 게 야구다. 때문에 꼭 쳐야겠다는 생각보다 투수와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 한다. 앞으로 (도쿄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겠지만 주어진 상황에 맞게 플레이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단기전일수록 대타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는 법. 최주환의 이날 완벽한 임무 수행으로 사령탑의 입가에도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를 보면 초반보다는 중반, 후반에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 때는 커리어 있는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는 게 낫다”고 대타의 중요성을 전하며 “오늘은 김현수가 4타석 치고 빠진 다음에 최주환이 좋은 타격 리듬을 보여줬다. 앞으로 기대가 많이 된다”고 흡족해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