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내야수 7명 중 3명이 한 경기서 동시에 다치면 어떤 플랜B를 꺼내들어야 할까. 김경문호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값진 경험을 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지난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신한은행 SOL 야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LG와의 2차전에서 내야수 3명이 모두 부상 이탈하는 변수를 겪었다.
이정후(좌익수)-오지환(유격수)-황재균(1루수)-강백호(우익수)-양의지(포수)-오재일(지명타자)-최주환(2루수)-허경민(3루수)-박건우(중견수) 순으로 구성된 라인업에서 가장 먼저 부상을 당한 내야수는 허경민. 5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상영의 투구에 왼쪽 종아리를 맞고 고통을 호소했고, 1루로 걸어나가려는 순간 대주자 김혜성과 교체됐다.

그리고 6회 수비 시작과 함께 최주환도 박해민과 교체되며 대주자 김혜성이 2루수를 맡고, 우익수 강백호가 1루수, 1루수 황재균이 3루수, 중견수 박건우가 우익수로 위치를 바꾸는 수비 대이동이 일어났다. 박해민은 중견수를 담당. 김경문 감독은 “최주환이 SSG에서 다친 햄스트링이 조금 좋지 않다고 들어 제외했다”고 밝혔다.
가장 아찔한 순간은 6회였다. 박세웅이 볼넷 3개로 자초한 무사 만루서 채은성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상황. 이 때 우익수 박건우가 타구를 뒤늦게 잡아 악송구했고, 타자 주자 채은성이 이 틈을 타 1루를 지나 2루를 노렸다. 그런데 2루를 헤드퍼스트슬라이딩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오른쪽 스파이크 바닥이 유격수 오지환의 왼쪽 안면부 하단을 스치고 지나갔다.
출혈이 발생한 오지환은 트레이너의 응급조치를 받은 뒤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향해 상처 부위를 봉합했다. 약 4cm 가량의 열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3루수 허경민, 2루수 최주환에 유격수 오지환까지 내야 주축 3명이 동시에 부상 이탈한 상황. 이번에는 오지환 대신 투입된 김현수가 1루수를 맡고, 3루수 황재균이 2루수, 1루수 강백호가 3루수, 2루수 김혜성이 유격수로 이동해 낯선 포지션을 소화했다. 7회초에는 황재균이 3루수로 돌아가고, 중견수 박해민이 2루수를 담당했다.
김경문호는 최종 엔트리 발표 당시 내야수 8명을 선발했다. 그러나 불미스러운 일로 자진 하차한 2루수 박민우 대신 투수 김진욱을 뽑으며 키스톤콤비 선수층이 얇아졌다. 이날 3명이 동시에 이탈하자 곧바로 그 공백이 드러났다. 물론 전날은 평가전이었고, 3명이 동시에 이탈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그렇다고 올림픽 본선에서 이런 악재가 발생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경기를 예방주사로 보는 시선도 있다.
김 감독은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도 야수진이 충분하지 않다”며 “도쿄에 가기 전 오히려 선수들이 준비 안 했던 포지션을 한 번 나가보게 됐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더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오지환과 허경민의 25일 키움전 출전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봉합을 한 오지환은 상처가 아물 때까지 휴식이 필요할 수 있고, 허경민도 하필이면 종아리 부위를 맞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김 감독은 “오지환은 (상처를) 꿰맸고, 허경민도 아까 물어보니 괜찮다고는 하는데 내일(25일) 상태를 봐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다행히 최주환은 부상 예방 차원의 교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