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가 원정숙소 무단이탈과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하며 논란을 일으켰지만 선수와 감독 모두 침묵을 지켰다.
키움 한현희와 안우진은 지난 5일 새벽 원정숙소를 이탈해 서울 강남 소재 호텔에서 지인 및 여성들과 술을 마셨고 이 과정에서 한화 선수들과도 접촉하며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했다. KBO는 곧바로 상벌위원회를 열고 한현희와 안우진에게 36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500만원 징계를 내렸다.
한현희는 해당 사실이 드러난지 하루 만에 곧바로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도쿄 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진사퇴를 하기 위해서라도 사과가 불가피한 상황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발빠르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한현희와 함께 징계를 받은 안우진은 끝까지 스스로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KBO가 지난 23일 징계를 발표하는 동시에 관련 선수들의 이름을 일괄 공개하면서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이름이 공개됐다. 지난 17일 한현희가 대표팀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며 사과문을 발표할 때 함께 사과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팬들의 비난을 의식한 나머지 사과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홍원기 감독도 이번 사태에 대해 말을 아꼈다. 지난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야구 국가대표와의 평가전 사전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홍원기 감독은 “오늘은 국가대표와의 평가전을 위한 자리인만큼 국가대표 평가전에 대한 질문만 부탁드린다. 죄송하다. 앞으로 팀 훈련이나 경기에서 말하겠다”라고 답했다.
대부분의 팬들은 KBO 징계 이후 홍원기 감독의 첫 공식멘트가 사과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홍원기 감독은 정면돌파보다는 공식입장 발표를 미루는 선택을 했다.
홍원기 감독의 말대로 국가대표 평가전은 올림픽 금메달 2연패를 노리는 국가대표팀을 위한 자리다. 한현희와 안우진의 논란이 이날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KBO 징계까지 결정된 상황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형식적인 사과조차 없었던 것은 팬들에게 큰 실망으로 다가왔다.
한현희와 안우진 모두 앞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갈 것이다. 키움 구단 역시 당장 후반기부터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를 해야한다. 선수와 구단 모두 언젠가는 팬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 할 때가 찾아올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마지막까지 미루고 미루던 숙제를 해치우듯이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나서서 사과하는 것이 팬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