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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중계 논란, 사장까지 사과? 글쎄요..멀리 안 나갑니다 [Oh!쎈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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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MBC가 2020 도쿄올림픽 중계 방송사고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박성제 MBC 사장이 콘텐츠 책임자로서 직접 기자회견까지 열고 허리를 숙였다. 물론, 그렇다고 떨어진 신뢰가 회복되는 건 아니었다.

MBC는 26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사옥에서 기습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박성제 사장이 참석하는 2020 도쿄올림픽 중계 방송 사고 관련 사과 기자회견이었다. 이 자리에서 박성제 사장은 세 차례나 허리 숙여 사과했고, 대대적인 쇄신을 약속하며 신뢰 회복을 꿈꿨다. 

신뢰 붕괴의 시작은 23일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 선수단 소개였다. MBC는 우크라이나 선수단을 소개하며 세계적인 재앙 수준의 폭발사고가 있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진을, 엘살바도르 선수단을 소개할 때는 현지 경제 위기의 원흉이 된 공식화폐가 된 비트코인 이미지를, 심지어 아이티 선수단을 소개할 땐 "대통령 암살 후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을 사용했다. 

한 나라 공영방송사가 세계적인 행사 중계로 사용했다고는 믿기 힘든 윤리와 지적 수준이 참담함마저 자아냈다. 러시아 출신으로 한국에 귀화한 방송인 일리야는 SNS를 통해 "이 자막 만들면서 ‘오? 괜찮은데?’라고 생각한 담당자. 대한민국 선수들이 입장했을 때 세월호 사진 넣지, 왜 안 넣었어? 미국은 911 테러 사진도 넣고? 도대체 얼마나 무식하고 무지해야 폭발한 핵발전소 사진을 넣어?”라고 비교 설명하며 분노했다. 

논란이 커지자 MBC는 "개회식 중계방송에서 우크라이나, 아이티 등 국가 소개 시 부적절한 사진이 사용됐다. 이 밖에 일부 국가 소개에서도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이 사용됐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해당 국가의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라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또한 추가 입장을 통해 "국가별로 입장하는 선수단을 쉽게 소개하려는 의도로 준비했지만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족했다"라고 재차 사과했다. 

하지만 문제는 또 일어났다. 25일 남자 축구 예선전 우리나라와 루마니아의 경기에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라며 상대 팀 선수의 자책골을 조롱하는 듯한 자막을 등장시킨 것. 축구와 같은 팀 스피릿과 전투력이 강한 스포츠에서 있을 법한 해프닝으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중계 관련 방송 사고로 특히 상대 국가에 대한 예우를 지키지 않아 문제를 일으켰던 MBC라면 한번 더 고심하고 자중했어야 옳았다.

더군다나 사과문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일어난 논란이라니. 대중은 다시 한번 MBC를 거세게 비판했다. 가수 JK김동욱은 26일 SNS에 "MBC는 과거 좋았던 추억들까지 훼손하지 말고 이제 그만 퇴장하시길"이라며 "이런 힘든 시국에 나라 위해 싸우는 태극전사들과 열렬히 응원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망신살 뻗치지 말고 이쯤에서 사라지시길. 요즘 공중파를 보는사람이 있나 모르겠지만 한때 대한민국을 대표했던 방송국의 수준이 이 정도였다는게 정말 부끄럽고 수치스럽다"라고 비판했다. "#누굴위한방송인가#mbc"라는 해시태그까지 덧붙였다.

코로나19로 세계가 어려운 시점에 희망찬 분위기를 선사하고자 역경 속에도 강행하는 올림픽. 게다가 국민 정서상 반감이 강한 일본에서 벌어지는 도쿄 올림픽이다. 가위바위보조차 한일전은 이겨야 한다는 민심이 지배적일진대, 그 기저에는 일본 앞에서는 사소한 것 하나조차 책잡히거나 뒤처질 수 없다는 마음이 깔려있다. 한국 공영방송 MBC가 앞장서서 국민 정서에 먹칠을 하는 모양새다.

외신들에도 이 소식이 알려졌다. 영국 신문사 가디언과 미국 방송사 CNN이 MBC가 중계 사고로 사과한 일을 보도한 것. 두 매체 모두 현지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신력 있는 언론인 터라 세계 속에 한국 이미지가 더욱 낯 뜨거워졌다. 루마니아전 자막에 대해서는 현지 축구 협회가 공식 SNS를 통해 "MBC가 자막으로 마린의 부끄러운 순간을 조롱했다"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 가운데 불거진 기자회견. 그마저도 요식행위라는 인상을 지울 순 없었다. 실수를 범한 나라들에 대사관을 통해 사과의 말을 전했으나 코로나19 상황으로 재택근무 중이기에 메일로 대신했고, 아이티 대사관은 그마저도 국내에서 철수해 전달조차 못했기 때문.

중계 사고 조사와 관련해서는 1차적인 조사는 끝나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나 어떤 스태프가 중계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정도만 파악했단다. 심지어 일부는 조사를 받으면서도 아직까지 중계 관련 업무를 진행 중이라고. '현실적'으로 모두를 배제할 수 없다는 변명이 뒷따랐으나, 실제 MBC가 처한 현실이 어느 정도인지를 모르는 건 아닐까.

박성제 사장은 논란이 계속된 주말들에 대해 "사장 취임 이후 가장 끔찍했다"고  회상했다. 정말 가장 끔찍한 게 맞을까. 아직 올림픽은 끝나지 않았다. 올림픽 폐막 8월 8일까지 한국 선수들의 경기보다 MBC 중계를 지켜보는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올림픽이 끝난 뒤 대대적인 정비에 들어갈 예정"이라던 박성제 사장의 다짐이 어떻게 지켜질까. 아무리 사후약방문이라도 후속 대응은 지켜봐야겠지만,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진 않는다.

/ monamie@osen.co.kr

[사진] MBC 제공 및 방송화면, 일리야 트위터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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