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도 2006년 이대호와 같은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다.”
LG 류지현 감독은 지난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 야구대표팀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우리 어린 선수들이 2006년 이대호처럼 좋은 경험을 하고, 목표를 갖길 바란다”라고 경기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코치였던 류 감독은 당시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롯데와의 평가전에서 ‘조선의 4번타자’가 되기 전의 이대호를 만났다. 당시 프로 6년차였던 신예 이대호는 류 감독을 향해 “국가대표에 꼭 가고 싶다. 언젠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모인 자리의 일원이 되고 싶다”고 태극마크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그렇게 국가대표를 갈망했던 선수는 소속팀 롯데는 물론이고 한국을 대표하는 4번타자로 성장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일본프로야구로 향해 일본시리즈 MVP를 거머쥐었고, 미국에선 스플릿 계약의 악조건 속에서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고 홈런 14개를 쏘아 올렸다. 시애틀 시절 때려낸 끝내기홈런은 아직도 팬들의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 있다.
그리고 류 감독의 바람대로 LG에도 한 어린 선수가 대표팀 평가전을 통해 국가대표의 꿈을 갖게 됐다. 그 주인공은 2018년 LG의 2차 2라운드 17순위 지명을 받은 거포 유망주 이재원. 지난해 1군에 데뷔한 그의 통산 기록은 17경기 타율 .083가 전부이지만, 퓨처스리그에선 지난해 홈런왕에 이어 올해도 이 부문 선두(14개)를 달리고 있다. LG의 토종 거포 갈증을 해소할 유망주로 주목을 받는 선수다.
평가전에서 5번 좌익수로 나서 4타수 무안타 1삼진에 그친 이재원은 “아무래도 한국 최고의 투수들을 상대로 좋은 결과를 만들면 스스로 좋을 것 같아 힘이 많이 들어갔다. 처음부터 지고 들어가 아쉬웠다”고 되돌아봤다.

그러나 소득도 있었다. 한국의 간판타자로 자리매김한 서울고 동기 강백호를 보며 언젠가 국가대표팀에 꼭 승선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긴 것이다. 이재원은 “친구 (강)백호도 거기서 잘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동기부여가 됐다”며 “나도 한 번쯤은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프리미어12 어느 대회든 한 번 나가보고 싶다. 또 거기서 잘하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를 밝혔다.
다만, 그 전에 1군 정착이라는 과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이제는 퓨처스리그에서의 장타력을 1군에서도 선보일 때가 됐다. 그리고 이재원은 이를 위해 현재 쉬는 날 없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재원은 “요즘 타격감이 나쁘지 않다. 자신감도 붙었다”며 “그 감을 유지하고 싶어 쉬는 날에도 계속 훈련을 하고 있다. 실내연습장에서 타격 연습을 꾸준히 한다. 항상 야구를 재미있게 하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선 잘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퓨처스리그 홈런왕의 비결은 힘을 빼는 타격에 있었다. 선배 채은성과 이병규 타격코치의 조언이 한 몫을 했다. 이재원은 “(채)은성 선배님이 힘을 빼고 타이밍을 맞춰야 결과가 나온다는 조언을 해주셨다. 확실히 힘을 빼니까 결과가 좋았다”며 “이병규 코치님은 왜 1군에만 오면 긴장을 하고 여유가 없냐고 하셨다. 1군에서만큼은 여유를 갖고 후회 없이 하라는 말씀이 가장 와닿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재원은 전날 청백전에서 외국인투수 케이시 켈리를 상대로 3루타 포함 2안타-2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후반기 활약을 예고했다. 그는 “아무래도 작년보다 훨씬 좋아진 모습이다. 올해는 좋은 대타 요원이 되고 싶고, LG의 우승에 큰 도움이 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