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신인 내야수 안재석(19)이 전반기를 되돌아보며 후반기 신인왕 욕심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안재석은 서울고를 나와 2021 두산 1차 지명을 받은 내야 특급 유망주다. 2004년 김재호 이후 무려 17년만에 두산맨이 된 1차 지명 내야수로, 그만큼 기대가 높았고, 실제로 전반기 김재호가 부진 및 부상으로 자주 이탈한 가운데 52경기 타율 .275 2홈런 12타점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김태형 감독은 “수비는 기존 1군 선수 못지않게 잘한다. 워낙 갖고 있는 게 많아 발전 가능성이 큰 선수”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28일 잠실에서 만난 안재석은 “주변에서는 다 잘했다고 하시는데 개인적으로는 만족을 못 한다. 조금 더 잘할 수 있었다”며 “갑자기 체력이 확 떨어졌고, 체력이 떨어지니 공수 모두 집중을 못하고 한 번씩 잔실수가 나왔다. 그런 게 없었다면 아쉬움이 남지 않았을 것”이라고 데뷔 시즌 전반기를 되돌아봤다.

그래도 전반기 팀이 치른 74경기 중 무려 52경기에 나설 줄은 예상치 못했다. 그만큼 1군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안재석은 “기회가 이렇게 많이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나름 보여줄 걸 다 보여줬고, 내 야구를 한 것 같아 후회는 안 한다”고 뿌듯해했다.
안재석의 빠른 성장 뒤에는 김재호, 허경민, 오재원 등 리그 정상급 수비를 자랑하는 내야수 선배들이 있었다. 특히 ‘천재 유격수’라 불리는 김재호가 스프링캠브부터 멘토를 자청하며 유망주 성장에 힘을 썼다.

안재석은 “멘탈 관련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실책을 한 뒤의 행동과 그 때 멘탈을 잡는 법을 배웠다”며 “좋은 선배님들 덕분에 적응 및 성장에 큰 도움을 받았다. 물론 다른 구단 선배님들은 보지 못했지만, 우리 선배님들이 프로 생활을 오래하셔서 그런지 확실히 노하우가 다르다. 계속 배우기 위해 선배님들을 유심히 봤고, 앞으로도 조금씩 흡수해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전반기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4월 17~18일 LG전이었다. 두산은 당시 주전들의 줄부상 속 연이틀 1.5군 라인업을 가동했지만 백업의 힘을 앞세워 2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특히 17일에는 상대 에이스 앤드류 수아레즈를 3이닝(3실점)만에 강판시켰다. 안재석은 이틀 동안 안정적인 수비와 함께 1안타씩을 쳤다.
안재석은 “주축 선배님들이 다 부상으로 빠져나갔었다. 당시 잇몸야구라는 기사도 봤다”며 “당시는 안타 하나도 치기 어려웠던 시즌 초반이었는데 호수비 2개랑 안타 1개를 쳤다. 그냥 그 때 경기가 멋있었던 것 같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반대로 5월 1일 잠실 SSG전은 지우고 싶은 기억이다. 안재석은 2-2로 맞선 연장 12회초 2사 후 정현의 느린 타구를 잡아 1루에 악송구했고, 이는 결국 박성한의 결승 스리런포로 연결됐다. 안재석은 “SSG전 12회초에 결정적인 실수 하나로 역전을 당했다. 흑역사다”라고 아쉬워했다.

안재석은 전반기 활약에 힘입어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왕에 도전 중이다. 경쟁자들이 만만치 않지만, 후반기에도 지금의 기세를 잇는다면 한 번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 또 충분히 그럴만한 자질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안재석의 시선은 달랐다. 그는 “지금은 욕심을 버린 상태”라며 “계속 신인왕을 생각하고 더 잘하려고 하다 보니 힘이 들어간다. 이제 후반기에는 (그런 생각을) 바꿔보려고 한다. 조금 내려놓고 내 플레이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후반기에는 수비 이닝을 길게 가져가는 게 목표다. 실책도 최대한 줄이고 싶다”며 “타석도 결과와 관계없이 최대한 많이 들어가는 게 좋은 것 같다. 많이 나가고 뛰고 싶다”고 새로운 목표를 전했다.
도쿄로 향한 동갑내기 친구 이의리(KIA), 김진욱(롯데)을 보며 태극마크라는 목표도 갖게 됐다. 안재석은 “같은 나이인데 나라를 대표해서 뛰는 김진욱, 이의리를 보면 부럽다”며 “난 아직 태극마크를 한 번도 달아본 적이 없다. 기회가 되면 최대한 빨리 달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