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박스가 가득 차있다".
맷 윌리엄스 감독은 '툴박스'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여러가지 야구 재능과 재질을 가진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말이다. 좀처럼 꽃을 피우지 못했던 최원준에게 이런 단어를 즐겨 사용했다. 줄곧 기회를 주더니 3할 타율의 리드오프이자 주전 외야수로 성장을 이끌어냈다.
또 한 명의 선수에게 '툴박스'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바로 고졸 신인포수 권혁경(19)이다. 지난 11일 KT 위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접촉 판정을 받은 포수 한승택이 갑자기 1군 엔트리에서 빠지는 사태가 일어났다. 집에서 밥을 먹다말고 전화를 받고 챔피언스필드로 나왔다.

이날 선발포수는 김민식이었다. 그런데 김민식 마저 경기직전 두산 확진선수와 타석에서 가깝게 있었다는 이유로 밀접접촉 판정을 받아 격리조치됐다. 근처 숙소에서 쉬고 있던 이정훈을 불렀으나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선발 포수 마스크를 신인 권혁경에게 맡겼다.
그런데 권혁경이 일을 냈다. 9회까지 안방을 지키며 영봉승을 이끌어낸 것이다. 단숨에 권혁경이라는 이름이 회자됐다. 187cm-94kg의 우람한 체격으로 투수들의 공을 잘 받았다. 상대 도루를 저지하는 능력도 과시했다. 타격에서는 삼진 퍼레이드를 했지만 분명이 듬직한 포수 한 명이 생겼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권혁경은 전반기가 1주일 빨리 중단되어 1군 경기에 더 이상 뛰지 못했다. 올림픽 휴식기에는 김민식과 한승택이 복귀했다. 후반기에서 1군 자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윌리엄스 감독이 관심을 갖고 연습경기에 꾸준히 기용하고 있다. 1군 정예 라인업에 권혁경을 선발 포수로 내세우기도 했다.
그만큼 권혁경의 잠재력을 인정하고 있다. 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윌리엄스 감독은 "휴식기 훈련에서 더 가까이 지켜볼 수 있어 좋았다. 투수들의 말을 들어보니 굉장히 큰 타깃이 되어주어 편안하게 받아준다고 한다. 주자들의 도루를 몇 차례 잡았다. 첫 경기에서 영봉을 이끌어주었다"며 포수로서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이어 "배팅에서도 대단한 파워를 보였다. 중심타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삼진을 많이 당했지만 더 좋아질 부분들이 많다. 아직은 어리다. 다음 단계로 성장 하려면 더 많은 경기를 뛰며 경험을 쌓아야 한다. 툴박스가 가득 차있다. 미래에는 팀을 이끌어 갈 중심선수의 능력이 충분하다"고 엄지를 치겨세웠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