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하주석(27)을 팀의 리더로 지목했다. "재능으로 보나, 나이로 보나 팀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면담 자리에서는 뉴욕 양키스의 '영원한 캡틴' 데릭 지터 이야기를 꺼내며 개인보다 팀을 먼저 신경 쓰는 리더가 되길 주문했다. 지난달 한화의 새로운 주장이 된 하주석은 '팀밖에 모르는 리더'로 팀의 중심에 섰다.
하주석은 전반기 75경기에서 타율 2할8푼2리 4홈런 33타점 OPS .766으로 활약했다. 개인 한 시즌 최다 31볼넷으로 선구안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지난 2년 연속 부상으로 장기 결장했지만 올해는 4경기만 빠진 채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있다. 수베로 감독의 수비 시프트 중심으로 기록에 드러나지 않은 기여도가 엄청나다.
만족스러운 전반기였지만 하주석은 웃지 않았다. 그는 "개인 성적은 나쁘지 않지만 팀 순위가 최하위라는 게 아쉽다. 모두가 우리를 최하위로 생각한다 해도 이겨야 한다. 감독님 말씀대로 지면서 리빌딩하는 건 아니다. 선수로서 지는 것이 분하다. 이기고 싶다. 한 타석, 공 하나에 더 집중하고 수싸움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반기를 돌아봤다.


리그 정상급 선수로 도약한 후배 정은원과 노시환에게도 더 강한 주문을 한다. "지금 우리 내야진이 다른 팀에 뒤처질 것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 역시 그렇고, 은원이와 시환이도 지금에 만족해선 안 된다. 지금보다 몇 배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기에 아직 부족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안주하지 않고 욕심을 내면 엄청나게 성장할 것이다"는 것이 하주석의 말.
어느덧 10년차가 된 하주석은 이성열을 제외한 팀 내야수 중 최고참이 됐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그의 곁에는 김태균, 정근우, 송광민 등 대선배들이 있었지만 이제 모두 은퇴했다. 오랜 기간 함께한 오선진과 강경학은 시즌 중 각각 삼성, KIA로 트레이드됐다. 주변에는 이제 선배보다 후배가 훨씬 많다.
하주석은 "그동안 항상 막내로 형들에게 의지하며 도움을 받았는데 이제 어린 친구들이 저한테 의지하고 있다. 제가 이끌어야 하는 입장이 되다 보니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형들이 많이 힘들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 막연히 생각하던 것과 지금 피부로 느끼는 것에 차이가 크다"며 "한화에 10년 있었다. 태균 선배님이 어릴 때부터 리더, 주장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다. 부담을 느끼는 것보다 책임감을 갖고 말보다 행동으로 먼저 움직이는 주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승부욕이 강한 하주석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스스로에게 화도 낸다. 결정적인 한 방을 치면 배트 플립을 하거나 크게 포효하며 팀 분위기를 이끈다. 항상 에너지 넘치는 수베로 감독도 그런 모습을 좋아한다. "선수의 열정과 감정이 적절하게 표출되는 것은 좋다. 하주석이 덕아웃에서 목소리를 크게 높이고, 적극적으로 파이팅을 내는 것이 팀 케미스트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칭찬했다.
전반기 최하위로 마친 한화이지만 후반기에는 1승이라도 더, 끈질기게 할 수 있는 팀이 되는 게 하주석의 목표다. 그는 "(이)성열이형, (정)우람이형 등 팀에 아직 좋은 선배님들이 많이 계신다. 형들께 조언을 얻어 우리 팀이 조금 더 끈끈하게, 포기하지 않고 이기는 생각을 많이 가질 수 있게 하고 싶다"며 선수단 전체에 위닝 멘탈리티를 심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물론 개인적인 목표도 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는 부상 없이 시즌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다. 전반기 반은 지났으니 반은 성공했다. 남은 후반기도 마지막 경기까지 뛰어야 한다. 몸 관리를 계속 철저하게 하겠다"는 하주석은 "요즘 한국프로야구에 불미스러운 일들도 있었지만 열심히 최선을 다해 팬 분들께 즐거움을 드리려 노력하는 선수들도 많다. 포기하지 않고, 매 순간 마지막인 것처럼 뛰면서 팬 분들께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